현대자동차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세계 1위를 순항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 '빅3'는 10년이 넘게 무(無)분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 수가 6천950명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991년 파업을 접은 이후 16년간 사측과 무분규 단체교섭을 이끌어가고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여파로 노조가 설립돼 그해 8월 경찰과 대치상태에서 노조원 이석규씨가 최루탄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 당시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사인규명 작업을 하다 구속되기도 하는 등 대우조선 노조는 1990년까지만 해도 '강성노조'로 이름을 떨쳤었다.
그러나 회사경영이 어려워지고 정부의 조선산업합리화 조치가 발표되는 등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노사 양측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만이 살 길이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대우조선은 이에 따라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을 논의하는 '단체교섭'과 생산성 향상과 노사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노사협의회', 안전보건 증진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각종 협의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매월 회사 경영회의에 노조 관계자를 참석시켜 회사의 경영현황을 투명하게 알리며 노사 파트너십을 형성해가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최근 노사가 제헌절 등 법정공휴일에 일하는 대신 여름에 16일간 장기 휴가를 가는 '한여름 집중휴가제'를 실시키로 합의해 근로자들은 넉넉한 여가활동, 회사는 집중 근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게 됐다.
'골리앗' 파업 투쟁으로 한국 노동운동을 주도해왔던 현대중공업 노사도 12년 연속 무쟁의를 기록하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05년 노사 상생의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이념과 강령을 선언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열린 노조, 복지 노조, 실리 노조'를 주창하며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성과배분을 위해 노력하는 등 서로 협력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창사 이래 경기침체 시기에도 인위적으로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던 꾸준한 고용안정 정책과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결국 손해라는 노조원의 인식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 덕분에 조합원의 복지와 권익 향상, 회사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세계 1위 조선소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모기업이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관계로 노조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별도의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 등 각종 현안을 대화로 풀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