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나 쥐었다고 못된 일만!”.. 대학가 줄줄이 ‘시국선언’

연세대 교수들 “더 이상 우리 대통령 아니다”

동국대 교수들 “바꿀 게 휴대폰 밖에? 물러나야”

서울 및 영호남 대학가 등에서 줄줄이 시국선언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공동번역 구약성서』 미가 2장 1, 3절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문 일부 발췌)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분위기다.

21일 정치·교육계 등에 따르면, 연세대 교수 177명은 이날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제하의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공동번역 구약성서'의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라는 어구로 운을 뗀다.

이어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내건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약속은 불과 2년 반 만에 빈껍데기만 남았다"며 "채상병 사건과 영부인 특검 논란에서 보듯,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민주적 제도들을 윤 정권의 실정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거리의 정치와 탄핵 반복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상적인 정치"라며 "하지만 제도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정치는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또다시 국민 주권의 외침이 거리를 메우기 전에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국대 교수 108명도 같은 날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꿀 것이 휴대폰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두 시간여에 걸친 담화는 실망을 넘어서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며 "그동안 정부 행보에 우려를 제기하며 여러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라 왔지만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꿀 마음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 기조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대통령은 고작 '휴대폰을 바꾸겠다'는 식으로 응답했다"며 "이런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가운영을 맡길 수 없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행위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줄곧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서울 주요권 대학의 교수들이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낸 상황이다. 또한 가천대·아주대·한신대 등의 경기지역 대학가에서도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아울러 경북대·안동대·대구대 등 이른바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 지역 대학교 소속 학자들과, 전남대·조선대·전주대 소속 교수들 및 전북 지역 교수자들 또한 시국선언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학가에서 정권 퇴진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향후 윤 대통령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