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과세행정을 '적법한 조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지난 2005년 국세심판원의 구제로 '억울한 세금멍에'를 벗어 던진 납세자 A씨의 이야기입니다.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2003년 10월 납세자 A씨는 가지고 있던 주택 1채를 양도하고 관할 세무서에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연히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될 줄로만 알았던 A씨는 이듬해 7월 세무서로부터 무려 1억2000여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라는 내용이 적힌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뜬금 없는 '날벼락'이 떨어진 이유를 추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추적결과 A씨는 세금통지서가 날아오기 한 달 전에 철거한 아내 명의의 '폐가(廢家)'가 발단이됐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철거를 눈 앞에 두고 있던 이 집에 한 무속인이 '굿당'을 설치해 놓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일이 잘못될 요량이었는지(?) A씨조차 몰랐던 이 사실을 국세청 조사관이 확인을 한 것입니다.
국세청은 비록 외관이 낡았지만 방문 앞에 신발 2켤레가 놓여져 있었고(아마도 무단침입한 무속인의 신발이었겠지요?) 물호스에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집을 폐가가 아닌 '주거기능을 갖춘 주택'으로 판단, A씨를 2주택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여기에 더해 세금통지서 발부를 불과 한 달 앞두고 A씨가 이 집을 철거하자 국세청은 대번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아 A씨의 1주택 비과세 신청을 거부하고 1억2000여만원의 세금을 두들겼던 것입니다.
A씨는 해당 주택이 사실상 폐가상태이며 별 관계도 없는 무속인이 멋대로 굿당을 설치해 영업을 해 왔고 그 동안 주민들의 철거요청이 있어 왔기 때문에 철거한 것일 뿐 세금회피 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묵살됐습니다.
이 사건은 국세심판원 조사결과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사실확인 결과 이 폐가는 산기슭 외진 곳에 위치해 상수도가 설치된 기록도 없으며 전기조차 가설되지 않았다"며 "주민들도 약수터를 오가며 잠시 휴식처로 사용할 뿐 공가(空家)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신발 2켤레의 주인공인 무속인의 진술을 받은 결과 무단점거 사실을 확인했고 주민들로부터 수 차례 퇴거요구 및 철거민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국세청이 A씨를 2주택자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 처분은 타당성이 결여되는 판단"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비록 이 사건은 납세자의 승소로 종결됐지만 국세청 과세행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2, 3년이 지난 이 사건을 재차 끄집어 낸 이유는 이외에도 또 있습니다.
심판원에 따르면 억울한 과세행정의 희생양이 됐던(물론 구제가 됐지만) A씨는 승소결정이 내려지기 1개월 전쯤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신발 2켤레'로부터 빚어진 억울함이 풀리는 것을 이승에서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던 것이지요.
당시 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A씨가)'하늘'에서나마 자신의 억울함이 풀린 것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