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이야기]'조사' 제대로 하신거예요?"

지난해 국세청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부실과세 축소'였습니다. 부실과세는 납세자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물론 적법한 '과세불복'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구제를 받기까지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실과세 자체를 없애야 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과세행정, 즉 법의 집행은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간혹 '사고'가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사고가 그렇듯 조금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최근 국세심판원은 국세청이 한 건설노무자에게 내린 '황당한' 세금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내보냈습니다. 내용은 간단했습니다.[참고자료 국심2005부2249]

중고기계를 매매하는 지인의 부탁을 받은 건설노무자 A씨가 자신의 계좌를 기계매매대금 거래 중계용으로 제공했던 것이 화근이었죠. 딱 한 번, 기계매매대금(6200여만원)이 자신의 계좌를 매개로 오고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A씨를 '사업자'라고 판단해 1000만원이 넘는 부가가치세를 과세해 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거래가 이뤄진 시점에서 4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A씨는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무슨 사업자냐"며 국세심판원에 과세불복을 제기했고 국세청은 "기계판매대금이 A씨의 계좌를 매개로 오고갔다"는 취지의 소명자료를 심판원에 제출하는 등 맞섰습니다.

심판원의 결정은 A씨의 승소. 그리고 심판원 조사결과 국세청이 제대로 된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집행한 '엉터리 과세'였음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심판원은 "국세청이 A씨를 사업자로 직권등록해 과세했지만 조사결과 이 건외 다른 거래사실도 없고 A씨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세처분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불복사례는 비록 납세자 승소로 귀결이 됐지만(당연히 그랬어야 하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세무조사관이 한 번만 더 돌아봤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아니 일어나지도 말았어야 했을 일에 속하는 것입니다.

일반 납세자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과세문제'를 최우선에 둘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정한 경제적 이득을 창출했다면 차후 과세문제가 대두될 수 있음을 반드시 염두해 둬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불복사례처럼)일상적 경제활동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세금날벼락'을 맞게 된다면? 모든 경제활동의 앞서 '세금'부터 먼저 신경 써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제활동 자체가)아주 귀찮게 되는 셈이지요.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사례만 잣대로 삼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냐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과세행정은 '국민적 신뢰'와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즉 단 한 번의 실수라도 순순히 용납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