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당국의 규제 강화를 의식, 지금까지 경영진에 부여해온 특전을 앞다퉈 박탈하고 있어 일부 CEO들의 경우 곧 회사 항공기를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100대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과 미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경영진의 컨트리클럽 회비 대납을 중단했다.
또 미 최대 제분회사 제너럴 밀스는 작년 12월 CEO의 회사 항공기 자유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고 미 4위의 온라인 증권회사 E-트레이드 파이낸셜은 회사가 매각될 경우 고위 경영진의 퇴직수당에 붙는 세금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미 대기업들이 이처럼 경영진의 특전을 완전 박탈하거나 줄이고 있는 것은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데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경영진 급여 및 특전에 대한 공시 규정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SEC는 5만달러 이상일 경우로 한정돼 있던 상장사 경영진 급여 및 특전 내역 공시 규정을 1만달러 이상으로 대폭 강화, 회계연도가 작년 12월14일 이후 끝난 기업들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미 기업들이 오는 3월이나 4월 연례 주주총회 보고서를 제출할 때 새 규정에 맞춘 경영진 급여와 특전 내역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인력 컨설팅 업체 '머서'의 조사에 따르면 110개 대기업 가운데 SEC의 새 규정에 따라 경영진에 대한 특전을 이미 박탈했거나 현재 검토 중인 곳은 14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영진 과다 보수에 대한 여론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회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영진 과다 보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최근 건축자재 판매업체 홈데포와 제약회사 화이자의 CEO가 2억달러가 넘는 퇴직금을 받으면서 더욱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SEC의 경영진 보수 공시 강화 조치로 상장사들이 경쟁적으로 경영진 특전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 대기업들이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경영진 특전은 회사 항공기 개인 사용, 컨트리클럽 회비 대납, 회사 차량 이용, 금융 자문 서비스 비용 대납 등으로 통상 금액이 크진 않지만 주주들로부터 거센 비난의 화살을 받아왔다.
'머서'의 지난해 상장사 주총 보고서 조사에 따르면 350개 대기업 중 CEO 등 경영진의 회사 항공기 개인 사용을 허용하는 곳이 전체의 55%에 이르렀다. 또 금융 자문 수수료를 회사가 부담한다는 기업은 전체의 50%, 회사 차량 이용 허용은 43%, 컨트리클럽 회비를 대납해준 곳은 전체의 27%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기업들이 이런 특전을 축소하는 대신 다른 형태의 보수를 올려줌으로써 이를 보전하려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벡턴, 디킨슨 앤드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는 지난 2005년 CEO 에드워드 루드윅의 금융 자문 수수료 대납을 폐지하는 대신 급여를 4천달러 올려줬고 록히드 마틴도 컨트리클럽 회비 등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급여를 상향조정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