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후테크 혁신 질적 성과 미흡 …한은, 3가지 정책 제시

한은, ‘탄소중립경제로의 길: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 발표

기후테크 특허의 학술문헌 인용건수 특허 1건당 2.2건…10대 선도국 평균(10.3건) 밑돌아

저탄소에너지기술 대한 정부 R&D 투자 비중, 10대 선도국 중 최하위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10대 선도국(평균 0.019%) 중 밑에서 두 번째

“정부 R&D 지원, 탄소가격 인상,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모두 40%씩 확대시 최상위국 수준 가능”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는 세계 3위로 양적으로는 양호한 모습이나 후속파급력, 창의성, 범용성, 급진성 등 질적 성과에서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12일 '탄소중립경제로의 길: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기후테크의 '선두 개척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 정부의 기후테크 R&D 지원 강화, 탄소가격제의 실효성 제고, 혁신자금 공급여건 확충 등 세 가지 혁신정책을 제시했다.

기후위기 해결 및 지속가능경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탄소배출이 '0'인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후테크Climate Technologie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이며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이며 기후테크 혁신은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1∼21년 중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가 세계 3위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특정 기업과 기술에 기후테크 혁신실적이 크게 편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기후테크 혁신실적의 질(quality)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일본 등의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는 2010년대 초중반 이후 정체되거나 감소세를 보였으나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기후테크 특허의 2/3 이상이 4개 기업과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 등 4개 기술분야에 집중됐다.

화학·정유·철강 등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같은 핵심유망기술에서는 특허실적이 부진했다.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는 후속파급력(건당 피인용건수), 창의성, 범용성, 급진성 등 질적 성과에서 미흡했다.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주력 기술분야에서도 대부분의 질적 특허평가지표가 10대 선도국(특허출원건수 상위국) 중 하위권을 기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과도한 편중과 질적 성과 미흡의 원인으로 ▲기후테크 혁신에서 중장기적 필요성보다 단기적 성과가 우선시 ▲중장기적 시각의 기후테크 혁신을 촉진할 제도적 유인 부족 ▲신생중소기업 등 기후테크 혁신자금 조달여건 취약 등을 꼽았다.

기후테크 혁신에서 중장기적 필요성보다는 단기적 성과가 우선시되며 2차전지·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시장 성장세가 견조해 빠른 투자수익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술분야는 2022년에 기업 기후테크 연구개발비의 65%(연구개발활동조사 기준)를 차지한 반면 핵심유망기술인 CCUS는 1%(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활동조사 기준)에 불과했다.

또한 신기술 개발의 학술적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 투자 부족도 질적 성과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실제 기후테크 특허의 학술문헌 인용건수는 2011∼21년 중 특허 1건당 2.2건으로 10대 선도국 평균(10.3건)보다 크게 낮았다.

중장기적 시각의 기후테크 혁신을 촉진할 제도적 유인이 부족한 탓에 저탄소에너지기술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 비중은 2011년 3.8%에서 2021년 2.9%로 감소하며 중국을 제외한 10대 선도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효탄소가격(탄소세, 탄소배출권 가격, 유류세 등)도 2023년 기준 26.0유로/tCO2로, 10대 선도국 평균(64.7유로/tCO2) 대비 크게 낮았다.

신생중소기업 등의 기후테크 혁신자금 조달여건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2021년 이후 본격 증가했으며 2016∼23년 GDP 대비 0.30%로 10대 선도국 평균(0.57%)을 크게 밑돌았다.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도 미국, 독일, 중국 등에 비해 크게 저조해 같은 기간 GDP 대비 0.003%로 10대 선도국(평균 0.019%)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6∼23년 중 글로벌 기후테크 신생벤처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의 비중은 0.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기후테크의 '선두 개척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정책 방향으로 정부의 R&D 지원 강화, 탄소가격제의 실효성 제고, 혁신자금 공급여건 확충 등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R&D 활동이 기후테크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유도된 혁신(induced innovation)'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과 CCUS 등 개발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탄소배출 기업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비용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기존에 탄소배출기술의 갱신에 치우친 '왜곡된 혁신(distorted innovation)'을 탄소저감기술 개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탄소가격제로 확보된 세수는 저탄소기술 혁신을 위한 R&D 자금으로 환류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가격제 실효성 제고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외국의 무역규제에 따른 세수 유출 가능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술 상용화 이전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효과적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 투자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A, IPO 등 투자회수시장(secondary market) 확대, 정부벤처캐피탈의 역할 강화, 단기 투자회수를 지양하는 공공 인내자본(patient capital)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은 이러한 정책방안들은 상호보완적이므로 조화롭게 추진함으로써 기후테크 혁신을 효과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최이슬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피인용건수로 가중된 특허출원건수에서 세계 7위로 미국, 스위스 등 최상위 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며 "정부 R&D 지원, 탄소가격 인상,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모두를 40%씩 확대할 수 있다면 혁신의 양과 질을 모두 반영한 기후테크 혁신성과는 최상위국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산출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 가지 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선두 개척자(first mover)'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