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미작동? 연결하기엔 어려워"
"조류충돌, 관제탑 경고 전에 났을 가능성도"
"엔진과 기어 시스템은 전혀 별개…수동장치도 있어"
"무안공항 둔덕, 다른 공항에서 본 적 없어"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두고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착륙 장치) 미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국내 항공 전문가의 의견이 제기됐다.
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의 김인규 원장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류 충돌로 인해서 랜딩 기어가 안 나왔다기보다는 이미 벌써 랜딩 기어는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 상태에서 랜딩 기어가 조류 충돌돼서 안 나오게 됐다는 것을 같이 연결하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정확하게 조류 충돌인지도 아직은 명확하게 밝혀진 상황이 아니라 1차 원인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동체 착륙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랜딩 기어가 안 나온 상태에서 착륙한 게 일단은 원인이라고 봐야 된다"고 했다. 이어 "그 원인이 기계적인 결함인지 조종사의 절차 미숙인지 이런 부분은 나중에 따져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사고기 엔진에서 연기와 불꽃이 발생한 목격자들의 촬영 영상에 대해 "동영상을 보면 상태에서도 사실 랜딩 기어가 안 나와 있다"며 "만약 조류 충돌이라 전제한다면 저때가 조류 충돌이 발생한 시점이 거의 맞을 거다. 아마 첫 번째 접근하고 복행하는 시점에서 조류 충돌이 이렇게 조우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랜딩 기어가 나와야 된다. 그런데 어떤 사유로 복행을 했기 때문에 그 사유는 아직 모른다"며 랜딩기어 미작동과 조류 충돌을 별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기는 29일 오전 8시 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고 2분 뒤인 8시 59분께 메이데이(조난신호)를 보낸 뒤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을 했다.
사고기는 활주로를 한 바퀴 돌아 원래 내리려던 활주로 방향(01활주로)으로 들어가는 대신 곧바로 180도 기수를 돌려 반대쪽에서 진입하는 19활주로로 착륙했다.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하며 미끄러지다가 활주로 끝의 외벽과 충돌하고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김 원장은 8시 57분께 관제탑의 조류 충돌 경고는 실제 레이더에서 감지되거나 목격될 경우 그시점에서 보내주는 것이라며 "사실은 순서상으로 보면 조류 충돌이 먼저 발생했고 조류 충돌 경고가 났고 그다음에 메이데이 선언이 나중에 났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메이데이 선언이 나중에 나오긴 했지만 사실은 그 부분이 먼저 조종실 내에서는 경험했을 수도 있다"며 "실제로 엔진에 부딪혔다 해도 바로 메이데이 선언을 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 따른 상황 판단도 하고, 다른 체크리스트라든가 조치를 하고, 그다음에 그 ATC(Air Traffic Control)에다가 상황을 통보하니까 시간이 조금 경과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진이 2개인데도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저도 사실은 그게 좀 의아한 부분"이라며 "사실 시스템적으로는 엔진하고 기어 시스템하고 전혀 별개로 볼 수 있다. 물론 랜딩기어를 구동하는 그런 그 동력을, 유압이라고 하는 부분을 엔진 구동에 의해서 생성되는 부분이긴 한데 사실은 한쪽 엔진이 나가도 다른 쪽 엔진에서 그 부분을 백업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될 경우는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까지 있다"면서 "엔진 화재로 인해서 유독가스가 기내로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항공기가 유턴하듯이 180도 돌아서 정상적으로 정확히 활주로의 센터라인에 착륙하는 걸 보면 조종사한테 아주 급박하게 조종실 내 연기나 유독가스가 차 있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수동 조종으로 해서 180도 턴 해서 그렇게 딱 한 번에 정비해서 내리는 거는 사실 쉽지는 않다"며 "조종실에서 패닉상태라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여건이 아니어서 내가 무조건 급히 내려야만 했다 그러면 그 상황 자체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정확히 저렇게 정비해서 내리는 거 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여객기 사고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활주로 인근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해선 "보통 공항의 외벽에는 이중 펜스로 쭉 두르기도 하고, 일부 공항에서는 콘크리트로 외벽을 쌓기도 한다. '브로크담'이라고 한다"며 "사실 여기(활주로) 끝에 있는 둔덕을 어느 공항에서 사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은 "로컬라이저라고 안테나를 거기에다가 설치해놨다. 수평 방향의 안내를 돕는 안테나로, 보통은 평지에 있다"며 "영국 스카이뉴스에서 항공안전 전문가가 분석한 것도 봤는데, 자기가 여태까지 공항을 설계하고 여러 군데를 봤지만 이렇게 활주로 끝에 이런 둔덕이 있는 거는 어디에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왜 이런 거를 설치해 놨을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