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규모에 비해 공익사업 실적은 미미
회계자료 오류 많고 잦은 공시변경으로 신뢰성 낮아
자산을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올인, 공익사업 수행 의지 의문시
사업, 공익 무관하거나 회계 불투명.. 세무조사로 환수해야
'자금원이 비자금 추정..., 국세청은 추징 넘어 검찰 고발도 해야'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을 받으며 장남인 노재헌 이사장의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비자금의 은닉처가 아닌지 의혹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재판은 조단위에 달하는 재산분할 규모와 더불어 SK에 전해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법원의 추징금 선고 후 28년, 선고 추징금 완납 후 11년 만이다.
1995년 검찰은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총 4500억원임을 밝혔으나 1997년 대법원은 이 중 2628억원을 추징금으로 선고했으며 추징금은 2013년 전액 납부되었다. 당시 검찰이 밝힌 나머지 비자금 1900억원은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미환수 비자금 1900억원의 행방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제시하면서부터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그동안 노소영 등에 의해 불법으로 은닉되어 오던 비자금이 드러난 것으로, 이는 사실상 노태우가 추징금을 완납했다고 주장하면서 전 국민을 속여온 것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비자금 일부가 노태우 전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이사장이 운영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로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5·18기념재단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와 아들 노재헌·딸 노소영 씨 등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청에 고발하면서 "김옥숙 여사가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10억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 보관하다가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비자금 152억원을 노재헌씨의 공익법인에 기부해 불법 증여한 사실도 드러났다"며 "은닉한 비자금이 총 1266억원대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47억원 출연.. 비자금 의혹
노태우 전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년 10억원으로 기부를 시작해 2020년 95억원 등 총 147억원을 출연했다.
1988년 취임시 기자회견으로 재산규모를 5억2000만원으로 밝힌 노전대통령이 이를 증식해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김옥숙 여사에게 물려줬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자금의 출처로 세간에 지목되는 것은 비자금으로 구매한 채권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재판부에 제출한 김옥숙여사의 비자금 메모에도 78억원의 채권이 나온다. 이 채권이 만기가 되어 현금화되었고 이를 은닉하기 위해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출연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최근 밝혀진 동아시아문화센터의 파행적인 운영현황은 이러한 추측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공익법인은 설립목적에 맞게 공익활동만 해야 한다. 또한,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기부금 모집에 대한 혜택도 큰 만큼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이 철저하게 담보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공익법인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다.
동 센터가 공시한 자료를 기준으로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설립 후 수입금은 156억에 달하는데 매년 공익사업 지출은 3억원(수익금의 2%)에도 못미치고 있어 주업이 공익법인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 제2항 제7호에 따라 수익용 출연재산의 1%를 공익목적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2023년 기준으로 최소한 9400만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실제 사업에 2억7500만원을 집행한 것은 최소한의 의무 이행에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으로 공시된 공익사업 추진실적을 보면 이 재단의 정관상 사업목적에 적합한 운영인지가 의문시된다.
가장 최근 공시된 2023년 사업추진내역을 살펴보면 장학사업에 3100만원, 원아시아포럼 개최에 1300만원, 동아시아미래포럼(학술행사 세미나)에 600만원을 사용하고 그 외 5건의 사업에 1억4300만원을 집행해 총 2억7500만원을 사용했다.
이 중 장학사업은 대구지역 학교에 한정해서 집행해 스스로 공익목적사업 세부현황에서 공시한 국내 주요 사업지역을 전국으로 한다는 설립목적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또한 공익사업 추진현황에서 사업의 내역을 밝히지 않은 '그 외 사업' 5건의 평균 사업비가 2800만원으로 대구지역 장학사업을 제외하면 사업내용을 공시자료로 밝힌 사업들보다 사업비 규모가 크다. 즉 의도적으로 5건의 사업내용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 잦은 공시 번복과 공시자료의 수치가 각 자료별로 불일치하는 등 전반적인 회계 시스템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센터는 2023년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를 2024년 중 6차에 걸쳐 정정했다. 공시 정정 사유는 설립시 출연재산 오류 정정 등이며 어떤 차수는 정정사유가 생략된 경우도 있다.
2022년 결산서류 공시도 4차례에 걸쳐 일어났고 2021년 결산서류도 4차례 정정되었다. 이 중 정정사유를 밝히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대부분의 정정공시가 일어난 이유조차도 파악하기 어렵다. 정정공시 사유도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결산서류 공시의 신뢰도가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수차에 걸친 정정공시에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사업에 대한 서류상 수치가 불일치하는 등 많은 허점이 보인다.
조세일보가 취재로 밝혀낸 공시서류상 금액 불일치 사례만 하더라도 2012년 '상생영리더십포럼'과 관련해 지출명세서상 비용합계는 115,063,022원이나 손익계산서에는 81,731,990원이 계상되어 있어 같은 행사 관련 비용이 공시자료에 따라 차이가 난다.
2013년에도 '한중우호대화' 사업비용으로 지출명세서상으로는 행사비 52,171,954원으로 공익목적사용 지출은 65,251,204원으로 밝히고 있으나 손익계산서상의 공익사업비용은 54,262,354원을 계상하고 있어 일치해야 할 비용의 금액이 차이가 난다.
또한 2016년 기부금 지출 명세서는 행사비(사천 청두시 관광홍보대행)로 381,050,212원으로 공시했고 장학금은 29,506,290원이라 밝히고 있으나 동년 손익계산서에서는 행사비 381,183,130원, 장학금 28,500,000원으로 계상하고 있어 서로 일치하지 않고 있다.
네 번째는 재단 재산 운용의 문제점이다. 공익사업 수행에 투입되지 못한 재단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와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에 사용되었다.
이 센터의 2023년말 기준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산총계는 152억1200만원이다. 주요자산으로 토지 48억1600만원, 건물 14억8100만원, 건설중인 자산 28억6900만원 등 부동산 91억6600만원을 보유하고 있고 단기투자자산 31억8600만원, 단기매매증권 18억1300만원 등 금융자산 투자가 49억99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총자산 대비 부동산 60.3%, 단기금융자산을 32.9%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과 단기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연간 3억원 수준의 공익사업규모에 비해 91억원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 규모도 적정치 못한 것으로 보이고, 자칫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단기금융자산에 많은 자산을 투입하고 있는 등 공익사업 수행 재단으로서의 정체성이 의심스런 상황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이처럼 공익법인의 사업내용이 공익활동과 무관하거나 회계처리가 투명하지 못한 경우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자금원이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만큼 동아시아 재단의 자금운영에 대한 세무조사 뿐 아니라, 자금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쳐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