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 친가상자산 언급 없었지만...정책 기대감 유효" [키움證]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취임사에 친가상자산 관련 언급 없어

키움證 "시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친가상자산 정책의 실질적 추진 가능성에 무게"

'스테이블코인 규제 명확화·CBDC 반대·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등 정책 예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시장의 관심사인 가상자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지난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 정책과는 다른 방향성을 꾸준히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친(親)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후보 시절 당시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 및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 기조연설 등을 통해서 기존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정책을 비판하며 가상자산 채굴 지원, 비트코인 전략적 자산 비축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해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현정 연구원은 "미국의 친(親)가상자산 행정부의 출현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기관 명확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립 등의 법안들이 실질적으로 추진 될 경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법안 마련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현 시점에서 시장은 친가상자산 정책의 실질적 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해 1월 1일 기준 1년 만에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이 약 2배 상승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 성장이 두드러짐에 따라 미국 의회에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다양한 법안들이 발의되며 논의가 이루어졌다.

김 연구원은 "지난 118대 미 연방 의회(2023~2024)에서 발의된 법안들 중 블록체인, 가상자산, 비트코인 및 채굴,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디지털자산 등으로 색출했을 때 상·하원을 불문하고 다수의 법안들이 검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들은 당시 집권하고 있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반영한 가상자산 규제 강화 및 채굴 기업 에너지 문제 내용 등이 확인되나 관련 시장 활성화, 트럼프 미국 대선 공약 등에 주목한 규제 완화, 블록체인 기술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118대 의회가 종료된 현 시점 대다수의 관련 법안들은 상원 혹은 하원에서 논의하는 단계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최종 법안 통과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당에 상관없이 높은 지지를 받은 법안들의 경우 미 의회 특징 상 이번 119대 의회에서 재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18대 의회 발의법안 중, 트럼프 2.0에서 주목해볼 가상자산 법안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통한 관련 산업 육성 ▲스테이블코인 규제 명확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반대 ▲비트코인 국가 전략자산 비축 4가지로 꼽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가상자산 규제완화를 통한 관련 산업 육성과 관련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규제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의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책임 기관을 명확히 하는 법안의 추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명확화'와 관련해선 "트럼프 1.0 행정부는 지난 바이든 때와 같은 규제 강화 정책에 가까웠다"면서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트럼프의 시각은 정 반대로 바뀌었는데,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이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교환 시 사용되는 디지털화폐이며 일반적으로 달러와 1대1 교환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교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사들은 미국 달러 및 국채 등과 같은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게 된다. 즉,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는 미국 달러 및 국채 수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가상자산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를 변화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연방 차원의 법안은 부재한 상황으로 이 지침만으로는 뉴욕 주 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미 의회에서 '지급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와 발행인의 자산 보관 의무 및 발행사의 요건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지급스테이블코인 법안(S.4155)'을 발의된 점을 거론한 뒤, "결국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트럼프의 긍정적인 입장과 미국 내 관련 법안 현황을 종합해본다면, 트럼프 2.0 행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명확화를 위한 연방 차원의 법안 추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동 법안 추진이 가시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디지털화폐 CBDC 반대' 분위기에 대해서도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선 디지털 화폐인 CBDC 도입에 대해 긍정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 달러 패권 유지 정책 중 하나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고자 하는 입장이란 점을 언급했다.

그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 모두 달러를 기반으로 하며, 디지털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특징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CBDC 확대 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정부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및 자유로운 금융 거래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으며, 후보시절 당시 공약집을 통해 CBDC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트럼프 임기 기간 내에는 CBDC 반대 법안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김 연구원이 보는 관점이다. 즉 이번 119대 의회는 상·하원 모두 CBDC를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의 의원이 다수인만큼 관련 법안의 추진 가능성은 높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가상자산 정책들 가운데 시장이 가장 주목한 내용은 비트코인을 미 정부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었다고 짚었다. 즉 국가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취급 방침이란 것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7월 31일 트럼프가 2024 비트코인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했고, 이후 친가상자산 성향의 루미스 상원의원이 비트코인 취득·보유 계획을 밝힌 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비트코인 전략비축 법안(BITCOIN Act of 2024)'을 실제로 발의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미 재무부가 향후 5년에 걸쳐 비트코인 총 공급량의 5%에 해당하는 비트코인 100만 단위를 매입해 미국을 위한 신탁에 보유하고 매입한 비트코인은 연방정부의 미상환 부채에 대한 상환 시 사용되는 경우 외에는 최소 20년 동안 보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김 연구원은 "만약 이 법안이 실제 추진 될 경우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매입으로 인해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할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미국 외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자산으로 인정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연방차원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발의된 것에 불과하고 최근 연준 파월 의장 역시 전략 자산으로서 비트코인 비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법안 추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외에도 트럼프 2.0 행정부에서 추진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SAB121 무효화'가 있다고 밝혔다. 'SAB121'는 SEC에서 규정한 가상자산 관련 회계 지침으로 은행 등의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들이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할 경우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기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의 일정 수준 유지를 위해 자기자본 비중을 현저히 늘려야만 한다는 점에서 'SAB121'은 미국 내 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지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법안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에 'SAB121 지침 무효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은 해당 법안 의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현재 동 법안은 폐지된 상태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상·하원 의원들의 초당적 지지를 받은 바 있고, 이번의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관련 산업 성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SA121 지침 무효화 법안'은 트럼프 2.0 행정부의 첫 가상자산 법률안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가상자산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내용과 추진 속도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앞서 트럼프의 정책 내용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미국 내 가상자산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국내 가상자산시장,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 금지 등 여전히 폐쇄적"

한편, 김 연구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법인 계좌 금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 금지 등에서 비추어 볼 때 여전히 폐쇄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관련해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1단계 법률인 '가상자산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면서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로 포섭하고자 했으나 가상자산사업자 영업행위 규제, 가상자산 발행 등 실질적인 시장 형성에 필요한 내용들을 담은 2단계 법안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는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제2회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향후 변화할 시장을 대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2단계 입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 착수가 주된 내용이었다.

김 연구원은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및 영업행위 규제에 대한 부분, 국내 가상자산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가상자산 상장 및 공시 제도 마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면서 "금융당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도 각국의 규제 정립 상황 및 발행 동향을 점검하며 관련 규율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