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글로벌 최저한세도 철회…"美기업 차별적 세금에 보복조치"

"미국 기업 불리 과세 국가 세율 두 배로 인상"

OECD 글로벌 법인세 협약에 대한 美 지지 철회

FT "조세 체계 둘러싼 글로벌 충돌 촉발 가능성"

"조세 질서, 다자적 방식에서 양자적 체제로 변모"

미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사용할 것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하루 만에 미국 기업에 '차별적'(discriminatory) 세금을 부과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하는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재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외국이 미국 시민이나 법인에 차별적 또는 영외 세금을 부과하는지 조사"하여 미국 세법 조항인 제891조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미국이 자국 기업에 불리한 세금을 무는 과세국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보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메모에서 제891조를 통해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나 시민에게 차별적 세금을 부과할 경우 해당 국가의 시민과 기업에 대한 세율을 두 배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세와 OECD가 중재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체결된 OECD 글로벌 법인세 협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철회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해당 협약은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개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국가에서 미달한 만큼 과세할 수 있게 한다. 협약에 따라 다른 국가들은 미 빅테크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도 애플,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미 빅테크 기업에 영향을 미칠 디지털세 문제를 두고 유럽 지도자들과 충돌했으며, 당시 프랑스에 관세 부과를 경고한 적도 있다.미 공화당 또한 지난해 캐나다가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하자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아울러 정책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국가 또는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인 세금 조약을 시행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국가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보호 조치 및 기타 조치' 권고안을 60일 이내에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이날 "미 대표단이 우리 국제 조세 협약의 여러 측면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협력해, 조세 확실성을 높이고 이중과세를 방지하며 각국의 세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FT는 "미국이 EU, 영국, 한국, 일본, 캐나다 등 OECD 협약 서명국에 글로벌 세제 규정에 대한 광범위한 도전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국제 세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제 조세 체계를 둘러싼 글로벌 충돌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 또한 우려를 표했다. 영국 상무부 관리를 지낸 앨리 레니슨은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의 차별적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전쟁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PMG의 그랜트 워델-존슨 글로벌 세금 정책 책임자는 미국이 미국 내 외국 기업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대응 등을 시행할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결국 국제 조세 체계가 다자적 방식에서 벗어나 강력한 일방적 주장에 기반한 양자적 체제로 변하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조세 질서"라고 강조했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미국의 억만장자 기술 기업들이 트럼프가 무역보다 조세 문제에서 먼저 움직이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관세 문제는 협상 가능한 영역이지만, 진짜 싸움은 거대한 자본이 걸려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해 관계를 가진 곳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