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인프라 브리핑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200만 명의 민간 연방 공무원들에게 퇴직 유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유예 퇴직 프로그램(Deferred Resignation Program)'을 통해 연방 공무원들은 오는 9월 30일까지 급여를 받으면서도 대면 근무 의무 없이 업무량이 줄어들거나 업무 자체가 폐지될 수도 있다. 이는 로이터가 입수한 연방 공무원들에게 발송된 이메일 내용에서 확인됐다.
이메일에 따르면, 연방 공무원들은 2월 6일까지 해당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정부 계정 이메일을 이용해 "resign(퇴직)"이라는 단어를 회신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이민 및 국가안보 관련 직책과 미국 우체국(USPS) 소속 직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연방 정부를 축소하고 개편하며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맞게 재편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민간 연방 공무원 수는 우체국 직원을 제외하고 약 230만 명에 달한다. 보안 관련 기관이 연방 공무원의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수십만 명이 국가 재정 집행, 농산물 검사, 재향군인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체 노동력 대비 연방 공무원의 비율은 2% 미만으로, 수십 년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메일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인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과 일부 기관의 직원 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다수 기관은 구조 조정과 해고를 통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로서는 모든 연방 공무원이 자신의 직책과 기관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으며, 직책이 폐지될 경우 존엄성을 갖고 대우받을 것"이라고 이메일은 명시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제안을 "가짜 제안(fake offer)"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시행할 권한이 없으며 공무원들이 약속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가 정부 비용 절감이나 행정 서비스 수준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분명하다. NBC 뉴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방 공무원의 5~10%가 퇴직할 경우 약 1,000억 달러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로이터는 이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비용 절감을 위해 임명한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당초 6.8조 달러 규모의 연방 예산 중 2조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후 절감 가능 금액이 더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 공무원의 상당수는 노조에 소속되어 있으며, 해고로부터 강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는 '무기 계약직(at-will status)'으로 대규모 재분류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이를 통해 정부는 사전 통보나 명확한 사유 없이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게 된다. 연방 공무원들이 받을 수 있는 일괄 퇴직금은 일반적으로 2만 5천 달러로 제한된다.
이번 발표는 최근 개설된 hr@opm.gov 이메일 계정에서 발송된 것으로, 제목은 "Fork in the road(갈림길)"였다. 이는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제목과 유사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 국고직원노조(NTEU)는 회원들에게 "이 이메일은 퇴을 유도하거나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성급히 퇴직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백악관 인사관리처(OPM)는 각 기관에 별도의 이메일을 보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방 공무원들은 "즉시 업무를 재배치하거나 폐지하고, 9월 30일까지 유급 행정 휴가 상태로 둘 것"이라고 지시했다. 또한, 참여 공무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해당 기간 동안 연금 혜택도 계속 받을 수 있다. 기관별로 특정 직책을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 개편을 지시하며, 연방 공무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강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각 기관장은 수습 기간 중이거나 근속 기간이 2년 미만인 직원을 식별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해고가 용이하다. 또한, 군과 이민 집행, 국가안보, 공공 안전 직군을 제외한 전반적인 연방 공무원 신규 채용이 동결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기 쉽게 만드는 직무 재분류 조치도 시행했다.
미국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에버렛 켈리 회장은 성명에서 "이번 행정명령과 정책의 홍수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연방 정부를 노동자들이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유독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임이 명백하다"며, 연방 공무원들에게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