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상태인데 부모에 “큰 걱정 말라”
군 헬기가 구조 못해 2시간 이송 지연
◆…강원 홍천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 숨진 고(故) 김도현 일병. 사진=MBC 뉴스 캡처
지난 30일 MBC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군 당국으로부터 지난해 11월25일 발생한 김도현(20) 일병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소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김도현 일병은 사건 당일 오전 10시쯤부터 A 중사, B 하사, 2명의 상병과 함께 훈련장소인 홍천군 아미산을 오르던 중 상병 1명이 산행 중간에 다리를 다치면서 김 일병이 선임 상병 짐까지 지게 됐다.
김 일병은 이날 본인 짐 25kg 장비와 상병 짐 12kg 장비를 번갈아 올려놓는 식으로 산길을 계속 올랐다. 그러다 일행들은 사고를 당해 보이지 않는 김 일병을 오후 2시29분쯤 등산로를 벗어난 비탈면에서 발견했다.
공개된 발견 당시 통화 녹취록에는 A 중사가 "움직일 수 있는지 물어봐"라고 말했고, B 하사가 "신고하면 안 되냐"고 묻자 A 중사는 "소대장님한테 보고부터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는 그로부터 27분이 지난 오후 2시56분쯤에야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엔 군 헬기가 환자를 헬기로 끌어올리는 '호이스트 작업'에 실패하면서 구조는 더욱 늦어졌다. 사고 당시 소방 무전에는 "군부대 헬기가 미숙해서 상황이 정확하게 판단이 안 된다", "현장에서 군부대 헬기 철수 시켜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국 사고 신고 약 2시간 반 만에 김 일병은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6시 29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 일병은 경추 5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인해 숨졌다.
유족은 신고와 구조가 늦어지면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119 소방대원한테 신고도 안 하고 27분이라는 동안 모든 시간을 다 낭비했다"며 분개했다.
이어 "굴러떨어진 게 맞는지도 의문스럽다"며 "발견 지점은 등산로도 아닌 산길에서 100여ｍ 떨어진 암벽 아래로, 그 정도로 굴러떨어졌으면 몸에 여러 골절상이 있어야 한다는 산악 전문가들 의견과 달리 아들의 몸에는 심각한 외상조차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유족은 사고 당일 오후 4시51분쯤 김 일병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이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설명한 점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유족은 오후 4시51분쯤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이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으니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일병 사고를 신고한 하사와 사고를 보고받은 상사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