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 연방법원 "美 250년 역사에 반해"
소송 진행중 이행 금지하는 '전국적 일시 금지 명령' 내려
트럼프, 취임날 '출생시민권 제한'…22개주 소송 제기
◆…2016년 대선 유세 중 아기들을 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미국 메릴랜드 연방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시애틀 연방법원에 이은 두 번째 금지 명령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 연방법원의 데보라 보드먼 판사는 이날 "우리나라 250년 역사에 걸친 출생에 의한 시민권 전통에 반한다"며 이민자 권리 단체 두 곳과 임산부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그는 "오늘날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는 거의 모든 아기는 출생과 동시에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는다"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법과 전통이며, 본 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현 상태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적인 예비 금지 명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월 20일,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2월 19일부터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 부모가 모두 불법 체류자이거나 임시 체류자인 경우,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추방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번호 발급, 정부 혜택 수급, 향후 합법적 취업도 불가능해진다.
해당 명령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지난 1월 23일 시애틀 연방법원의 존 코넬라 판사 또한 이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며 14일간의 일시 중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날 나온 보드먼 판사의 판결은 이보다 더 장기적인 효력을 가지게 된다. 그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행정명령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전국적 일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이번 명령이 헌법 수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이 미국 시민이라는 권리를 보장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특은 기존 행정부들이 헌법 수정 제14조를 잘못 해석해 왔다고 본다. 법무부 측은 1898년 대법원 판결 United States v. Wong Kim Ark 사건을 언급하며 이를 포괄적인 판결이 아닌 "부모가 미국 내에 영구 거주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드먼 판사는 이에 "대법원에서 이미 강력히 부정된 바 있다"며 "미국 내 어느 법원도 대통령의 해석을 인정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미국 내 22개 주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이 연방 법원에 트럼프의 명령을 차단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들은 명령이 시행될 경우 매년 15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시민권을 박탈당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