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업무중 주세(酒稅)행정은 꽤 까다로운 분야다. 주정(酒精)의 배분에서부터 시작해 주류제조는 물론 주류유통 등 일련의 과정을 '면허'라는 무기를 들고 감독하면서, 자칫 조금의 실수라도 했다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주세업무다. 이 때문에 국세청에서 주세행정을 책임진 소비세과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과 폭넓은 안목을 토대로 한 세심함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근례들어 국세청 인사는 과거에 비해 잡음이 거의 없다. 그런 '잘 된 인사'중에서도 제격인 사람, 현재 국세청 소비세과장을 맞고 있는 서현수 과장(57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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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주류박사'라고 불리울 정도의 전문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주류산업 전반을 소리 없이 이끌어 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주세(酒稅)를 비롯한 국가 주류정책 전반을 다뤄왔고, 여기서 쌓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주류정책과 관련한 박사학위까지 받은 흔치 않은 인물이다.
그렇다고 그가 주류정책에만 매진해 온 것도 아니다. 서 과장은 28년여 동안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지나온 과정마다 그만의 독특한 족적(足跡)을 남겨왔다.
■ '될성 부른 떡 잎'이었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고등학교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른이 다 돼서야 늦깎이로 7급 공채에 합격해 국세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오랜 시간 서 과장과 같이 근무를 했던 국세청 동료들은 "서 과장은 학구적 스타일로 늘 조용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그가 일을 할 땐 어디서 그런 과감한 추진력이 나오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료들은 "서 과장은 일에 빠져드는 열정이 있다"며 "일단 몰두했던 일은 뭔가 결과물을 산출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며 "지난 89년엔 공무원 창안상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세무공무원으로 발을 내디딘 이후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이미 '될성 부른 떡 잎'이었다는 게 동료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 WTO주세패널·주류행정 '바이블' 집필
사무관 승진 후 수원세무서와 국세심판원(국세심판원 재직시 적극적인 불복구제로 '서 포청천'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를 거쳐 국세청 소비세과 주세담당을 맡았다. 이 때부터 그는 본격적인 '주류박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주세담당 시절 서 과장은 주류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한편, 백세주·산사춘·복분자 등 국산전통주류를 적극 육성하는 등 주류정책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들의 주류과다소비로 인한 알코올중독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주류제조업자들을 설득, 정기적으로 적립(300억원 상당)된 알코올중독방지기금으로 경기도 일산에 음주문화연구센터를 건립·운용토록 한 것도 그였다.
그의 이러한 주류산업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은 한국 대표단원으로서 WTO주세패널로 참가할 정도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1996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뒤에도 그의 주류행정 혁신 드라이브는 계속됐다. 그는 주류행정의 과학화와 체계화를 위해 3년여의 시간을 투입해 '주류행정 실무지침서'를 펴냈다. 이 지침서는 현재까지 주류행정의 '바이블'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 관리자로서의 '자질' 검증
1998년 서 과장은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로 발령을 받아 3년여 동안 후배 국세공무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며 조세범처벌법과 간접세제를 종합한 교재편찬 및 강의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서 과장의 교육원 교수 시절을 잘 아는 한 지인은 "교육원 최초로 강의자료를 파워포인트로 직접 제작해 활용하는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이버교육시스템도 서현수가 창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인은 또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세공무원 교수 명칭은 군사적 색채가 나는 '교관'이었습니다. 이를 서현수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건의해 바꾸었지요"라고 덧붙였다.
이 기간 중 그는 '한국 주류정책체계에 관한 연구'라는 제하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고려대) 취득하기도 했다.
2001년 안동세무서장으로 부임하면서 관리자로서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지역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세행정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직원복지향상 차원에서 안동서내에 식당과 회의실을 신축해 내기도 하는 등 관리자로서의 자질 또한 검증 받았다.
그의 관리자 생활의 꽃은 남인천세무서장 시절. 2004년 연간 심사분석종합평가 전국 1위, 그 어렵다는 납세자만족도 평가에서 전국 1위로 올려놓는 등 14개 평가항목에서 절반을 넘게 싹쓸이하는 지워지기 어려운 족적(足跡)을 남긴 것.
■ '자기분야' 확실한 '혁신'의 대가(大家)
화려한 업무성과를 뒤로한 채 2005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1과장으로 옮겨 앉은 뒤에도 서 과장의 혁신 행보는 이어졌다.
서 과장은 당시 조사방식과 조사운영방법혁신을 통해 조사미결 축소기반을 튼실히 하는 한편 종전의 형식적인 주2회 대면보고를 주2회 FAX에 의한 서면보고로 대체, 조사관들의 업무집중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와 강원도 전역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 특성상 대면보고를 자주 하도록 하면, 조사요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야하는 폐단을 없앤 것.
국세청 소비세과장 발령을 받아 자기분야로 돌아온 뒤에도 서 과장은 전공을 살려 많은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류행정 소관부처를 국세청에서 농림수산부와 식약청 등으로의 조정 움직임이 있었을 때 그는 전문성을 발휘해 국회의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는 전언이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국세청의 새로운 모토인 '따뜻한 세정' 확산 실천을 위해 각종 주류관련 규제완화를 위해 힘을 쏟는 것.
■ 영남출신 비고시 공무원…부이사관 승진 '恨' 풀까?
국세청의 고위공무원단 소속 현직 간부 중 절대다수는 영남출신으로서 행정고시를 거친 사람들이다. 국세청의 주요보직을 차지한 행정고시 21회 출신 고위공무원 11명중에 영남출신이 아닌 간부는 한상률 차장과 권춘기 국장, 조성규 국장 등 3명.
이에 따라 '말단에서 시작해도 고위공무원이 되도록 하겠다'는 국세청의 인사방침은 비고시출신 영남권 직원들에게는 멀고도 먼 이야기로 들린다. 말단에서 시작한 영남출신 간부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어도 3급(부이사관)이상으로 승진한 예를 쉽게 찾기가 힘들다.
대구 출신의 서 과장이 다가오는 국세청 승진인사에서 이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영남출신 일반직원들의 한(恨)을 풀 수 있을지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 취미는 '서예'
서 과장은 부드러운 외모, 나긋한 말투와는 달리 업무 추진력 면에서는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다. 모범공무원상, 대통령 표창, 근정포장 등 각종 포상 수상경력이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취미생활을 보면 이 같은 업무에 있어서의 '강인함'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취미는 '서예'. 공무원 문예대전에 입선경력이 있을 정도로 서예에 일가견을 갖추고 있다. 서 과장은 슬하에 두 자녀를 두었다. 아들과 딸 서울대 치대와 법대를 졸업한 재원들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