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수뇌부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좌우명은 무엇일까요. 먼저 전군표 국세청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군표 국세청장은 말띠인 54년 생입니다. 국세청 역시 사람으로 치자면 66년에 창설됐으니, 공교롭게도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말띠인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전 청장의 좌우명은 말띠와 관련된 '自彊不息(자강불식)'입니다. 이 말은 전 청장 접견실 편액에 적혀있는데, '스스로 쉬지 않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뜻입니다.
전 청장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위해 매일 이 말을 되새기고 있는데요, 주말에도 자료 뭉치를 집으로 들고 갈 정도로 '분·초'까지 시간을 아끼며 말처럼 달려왔다는 전 청장에게 어울리는 말입니다. 스스로의 좌우명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전 청장은 "자강불식이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아마 이것이 말띠의 운명인 모양"이라고 농을 건네기도 합니다.
●…한상률 차장의 좌우명은 '옥온주장(玉溫珠藏)'입니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인데 한 차장은 서울지방국세청장시절부터 이 말을 멋진 글씨체로 편액에 담아, 집무실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해석하면 "군자의 재주는 마치 주옥이 암석 속에 박혀 있듯이 깊숙이 숨겨져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실력은 기르되,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 말은 등소평 前중국주석이 시장개방을 할 때 미국과의 경제전략과 관련해 "때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몸을 낮추고 실력을 키운다"는 뜻의 '도광양해(韜光養晦)'와 뜻이 유사합니다.
국세청 차장 직분으로 국세청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도, 자신만의 색채를 보이기도 어려운 현실을 잘 설명하는 말로 풀이됩니다.
●…이어 박찬욱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집무실을 가 봤습니다. 최하위 공무원인 9급에서 시작해,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뒤늦게 공직생활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왠지 박 청장의 집무실에는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뜻의 '대기만성(大器晩成)' 정도의 글이 걸려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편액은 '따뜻한 세정' 뿐이었습니다.
국세청 조사국장 시절 미국 국세청을 방문할 당시 평소 손에 펜을 쥐고 너무 열심히 일을 한 나머지, 검지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출입국 과정에서 낭패를 봤다는 일화를 갖고 있는 박 청장입니다.
윗분들의 뜻을 헤아려 이를 실천하기에 얼마나 열심인지, 박 청장의 일단을 다시 볼 수 있는 '따뜻한 세정'이었습니다.
●…김호업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어떨까요. 언제부터인지 김 청장은 명함에 '주휘(洲木+軍)'라는 말을 넣어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섬 주(洲)'자와 '문지방휘(木+軍)'자. 얼핏 뜻의 연결이 안됩니다. 평소 김 청장을 아끼는 한 스님이 "늘 마음에 새기라"며 써 준 말이라고 하는데, 사연은 이렇습니다.
섬에는 온갖 철새와 사람, 바람 등 모든 것이 모일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 곳의 문지방을 낮춰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편안히 하라는 말이, 바로 '주휘'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되새겨서일까요? 김 청장은 자신의 방을 찾아온 손님 앞에서는 결코 상석에 앉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국세청 수뇌부들이 가지고 있는 좌우명은 모두 '겸손'과 '수신'이라는 공통분모로 귀결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