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세무사 징계 건수 급증, '책임론' 당락 좌우할 듯
각 선거캠프, "업계 숙원 양정규정 개정 반드시 관철"
제25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는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이하 양정규정) 완화와 관련한 일련의 논란이 당락(當落)의 분수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 선거캠프(정구정, 조용근, 정은선)가 양정규정 완화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공약사항으로 내건 것과는 별도로 양정규정 개정의 '과거지사(過去之事)'를 둘러싼 '책임론'이 선거막판 최대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
이슈의 초점은 지난 2003년 10월경에 맞춰쳐 있다. 당시 개정된 세무사 양정규정의 내용이 세무사 업계가 현재 겪고 있는 최대 '악재'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며 당시 양정규정 개정의 책임소재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 2003년 10월, 양정규정에 무슨 일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 2003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세무사회 집행부는 정구정 씨가 회장을 이창규, 원경희, 배용우 씨가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재경부는 양정규정 제2호를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 통의 공문을 보내왔다. 양정규정 제2호의 내용을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에서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으로 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세무사 본인이 사무실 운영 등과 관련해 사용한 비용을 높게 책정해 수입금액을 축소, 세금신고를 할 경우에도 이를 수입금액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간주해 응분의 징계를 가하겠다는 것이 개정의 배경.
재경부 관계자는 "수입금액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것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소득을 축소하는 방법이라는 차원에서 같은 의미"라며 "납세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무사의 도덕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이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2003년 10월 6일 개최된 세무사 징계위원회에서 별다른 진통없이 이 같은 개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의 비용과다계상 부분의 추가는 업계에 엄청난 고통지수를 안겨줌과 동시에 '양정규정 완화' 문제를 숙원사업으로 만든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 비용과다계상 추가 이후, 세무사 징계자 '급증' =비용과다계상 부분의 추가는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이 현재 세무사들을 옭아매는 '저승사자'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후 세무사 징계자의 수가 급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002년 7명, 2003년 4명에 그쳤던 징계 세무사의 수는 2004년 19명, 2005년 28명, 2006년 51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첫 징계위가 개최됐던 지난 1월에도 37명의 세무대리인이 징계를 받았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인해 비위사실이 밝혀진 경우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양정규정의 강화가 징계자수 증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세무사가 누락한 수입금액과 과다계상한 비용을 합한 기준금액에(현행 300만원 미만∼2억원 이상)따라 징계수위를 결정, 징계대상자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양정규정에 비용과다계상 부분이 추가된 이후 처벌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며, 소득을 줄이는 것은 크게 매출누락과 비용과다계상으로 하게 되는데 그 항목이 자세하게 추가된 것은 빼아픈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용과다계상 부분이 추가된 이후 세무사가 세무조사를 받으면 곧바로 징계로 이어지고 있다"며 "세무사의 수입누락과 비용과다계상 금액이 1원이라도 있으면 징계대상이 되고 있다"며 당시 세무사 집행부를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 '진실게임'과 '책임론'-선거판 뒤흔드나 =그동안 양정규정 완화는 업계의 최대 숙원사업으로 다뤄져왔다. 차기 회장이 되기위해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각 선거캠프에서도 양정규정 완화를 '최대공약'으로 내세우며 관철의지를 다지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촉발케 한 원인이 2003년 10월 추가된 비용과다계상에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시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정규정 강화를 방치한 당시 집행부가 또 다시 선거에 출마해 양정규정 완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집행부가 이듬해인 2004년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과다계상 기준금액을 일부 완화(1억원 등록취소→2억원 등록취소 등)하고 과태료 규정을 신설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진실게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당시 집행부는 이와 관련해 "예전에는 직무정지와 등록취소만 있었는데 과태료를 새로 만들어준 것은 분명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형벌 종류를 많이 하면 더 많이 걸려드는 것이 이치"라며 "과태료 부과 개정전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사람만 처벌했으나 이것이 세분화돼 정부로서는 징계에 대한 부담이 없어져 수 십명씩 징계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0만원 이상 수입금액 누락 등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는 것은 구멍가게도 조사하면 다 걸리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차제에 집행부가 과태료 부분을 없애던지 기준금액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