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방침이며, 이에 따라 한명숙(韓明淑) 총리가 당 복귀 의사를 밝힐 경우 새 총리를 지명하고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탈당 및 개각 절차를 밟은 후 노 대통령은 민생·개혁 입법안들을 처리하는 이번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내달 6일 이후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임시국회 회기 중 열리우리당 탈당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취지의 진정성을 알리고 임시국회 처리과제인 사법개혁안 등 민생 개혁법안들이 초당적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당이 개헌안 발의 사안만의 종속변수는 아니다"면서 "당과의 문제도 있고, 대통령이 임기말 물샐틈없는 국정추진의지가 강하고, 특히 민생.개혁 법안들에 대해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임기말 당적 보유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임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 정책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탈당의 중요 이유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에서 2.14 전당대회를 거쳐 정세균(丁世均) 신임 당 의장을 중심으로 한 새 당 지도부가 구축된 만큼 향후 대통합을 위한 당의 활로를 터주는 차원에서도 탈당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올들어 신년회견 등에서 "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고, 정세균 당 의장도 지난 14일 전당대회 직후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 "그 문제는 대통령이 여러번 언급했는데 또 언급하면 국민이 식상해 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본인이 결정하면 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하는 형식을 빌어 탈당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탈당 입장 표명에 앞서 정세균 의장을 비롯, 새 당 지도부를 만나 의견을 듣고 입장을 밝힐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당 출신 인사들의 내각 퇴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 출신으로 잠재적 대선후보군으로도 분류되는 한 총리가 우선 사의 표명 절차를 밟고 당으로 복귀하고, 대통령과 함께 당적을 정리하지 않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도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총리를 비롯, 정치인 출신 장관의 경우 당사자의 뜻이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이 탈당을 할 경우 그 상황에 따른 당사자들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며, 거기에 따라 교체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총리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비(非) 정치인, 관료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으며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 김우식(金雨植) 과학기술부총리, 한덕수(韓悳洙) 전 경제부총리, 이규성(李揆成) 전 재경부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헌안 발의 시기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2월 임시국회 입법 사안 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임시국회 끝나고 난 다음에 발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고, 청와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개헌안 발의 시기에 대한 기존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탈당 시기 등과 관련, "탈당 문제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속하는 문제로 탈당 여부, 그 시기, 이유 등은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이와 관련한 방침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