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6일 탈루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 315명을 가려내 사전 통지 없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사결과를 종합분석해 상대적으로 탈루율이 높은 업종의 불성실 신고 혐의자를 중점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조사대상 선정 방침만 놓고 보면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액기스 중의 액기스'인 셈.
이에 따라 지난 4차례의 세무조사에 비해 조사 강도가 한층 높을 것으로 보인다.
□ 연말정산간소화 '반발' 의사 등 대거 조사 =최근 국세청과 가장 심한 마찰을 보이고 있는 의료계에 대해 국세청은 '세무조사' 칼날을 들이댔다.
보복성 조사라 볼 수는 없지만 의료계가 연말정산간소화에 반발하는 것이 '소득탈루'와 연관되어 있다는 혐의점에 기초한 조사착수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5차 세무조사 대상 중 96명이 변호사, 법무사, 건축사를 비롯해 현금거래, 비보험수입이 많거나 탈루혐의가 큰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안과, 한의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 정보를 사전에 포착,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세무조사 대처방안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대비책을 세워둔 상태다. 특히 "조사공무원이 오해할 만한 장부 등이 병의원에서 발견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안내문을 공고, 국세청을 '자극'하고 있다.
□ '바지사장' 유흥업소-고액수능 전문학원도 세무조사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소득을 탈루하는 '고전적 수법'을 일삼는 유흥업소와 고액 수능 전문학원 등 고가의 사교육을 부추기는 입시학원 등 73명의 사업자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쌍춘년 등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불성실하게 세금을 신고한 예식장 등 웨딩관련 업종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여지없이 포함됐다. 아울러 스포츠 센터, 대형사우나 등 최종 소비자상대 현금 수입업종 중 탈루혐의가 큰 사업자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 '자료상' 활개, 집단상가 사업자 세무조사 착수 =최근 3000억원대 자료상 유통사실이 적발되는 등 자료상의 활개로 유통과정의 투명성이 크게 저하되어 있는 남대문, 동대문 등 집단상가내 사업자를 비롯한 70명의 사업자들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유통과정 문란업종에 포함된 사업자들 중에는 의류·화장품 등 도·소매업체를 비롯 무자료 매출·매입이 많은 고가소비재 판매업, 고금리로 폭리를 취하는 대형 사채업자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 '부동산 관련 업종 사업자'-세무조사 단골손님 =주택·상가 분양금액을 축소신고하는 분양업체, 부동산 임대수입을 축소해 신고하는 부동산 임대업자, 신고한 소득에 비해 고액의 외화를 송금하거나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사업자 등 76명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오대식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는 현행 법에 따라 사전예고 없이 착수했다"며 "필요시 현장에서 과세증거를 예치하고 금융추적조사 및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도 함께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