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이 하이닉스 사장으로 공식 선임되기 위해서는 내달초 예정된 하이닉스 이사회와 29일 열리는 정기주총 결의 등을 거쳐야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그가 하이닉스의 신임 사장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김 내정자는 이날 하이닉스 사장 단독 후보로 선정된 후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하이닉스에서 할 일이 많고,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다"면서도 "그러나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이사회와 주총 등 남은 절차가 있는 만큼 지금은 하이닉스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 내정자는 "정식으로 하이닉스 사장이 된 이후에 하이닉스의 운영 방향이나 신임 사장으로서의 포부 등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시점에 회사의 신임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가 하이닉스 사장에 공식 선임되면 일단 풀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최근 논란을 빚어온 공장 증설문제다.
하이닉스는 우선 구리 공정을 사용하는 300㎜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공장 증설과 관련해 이천 공장 증설이 불발돼 신규 투자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 크기가 기존의 200㎜에서 300㎜로 바뀌면 생산성이 2.5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300㎜ 웨이퍼 체제로 바꾸는 것이 대세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전략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이천 공장에 증설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구리 배출 문제 등을 이유로 한 정부의 불허 입장때문에 이천 공장 증설이 막혀 있다.
하이닉스는 또 대안으로 현재 청주 공장 인근의 삼익세라믹 부지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채권단과 땅값 문제가 조율되지 않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산자부 차관 출신인 김 내정자가 공장 증설 문제와 관련, 정부와 하이닉스, 이천과 청주 지역사회의 이견 등을 어떻게 한 데 아울러서 문제를 원만히 풀어나갈 지가 그의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화될 하이닉스의 새 주인 찾기도 차기 사장이 풀어야할 큰 현안이다.
주식관리협의회에서 합의만 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하이닉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에 하이닉스 매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내정자는 향후 하이닉스의 수장으로서 회사와 주식관리협의회 사이에서 가장 좋은 새 주인을 찾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신임 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오춘식 부사장과 최진석 전무를 비롯한 회사 임직원과 어떻게 인화단결 하느냐도 큰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의제 사장의 사퇴 의사 발표와 공장 증설 문제 등으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빨리 추슬러 신성장 동력 찾기에 주력할 수 있도록 회사 조직의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