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제보된 정보를 분석, 세무조사에 활용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탈세를 잡기 위해 민간의 '감시의 눈'을 십분 활용하는 셈이지요.
우선 관련 통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국세청에 접수된 탈세제보 건수(처리대상)는 총 9118건(당년 접수 7986건 포함), 이 중 국세청은 7868건을 처리해, 3792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후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추징세액은 4382억5700만원, 과세건수 1건 당 1억15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한 꼴이니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이 중에 쓸모 없는 정보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거짓정보'인 셈인데 총 4076건(불문건수) 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접수된 제보내용을 토대로 세무조사, 탈루된 세금을 추징했다면 사회 투명성 제고 등 측면에서 분명 순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제보내용을 '맹신(盲信)', 세금추징을 감행했다가 '부실과세'로 판명되는 경우가 있다면?
단 한 건의 사례일지라도 행정 신뢰성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사례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실한 자료에 대한 맹신이 가져다 준 파장은 납세자에게도 과세관청인 국세청에도 '상처'가 된 사례입니다.
□ 부실한 자료 제공한 납세자, '오버'한 국세청 =맛사지 및 비만관리 등을 주업으로 하는 단식원에 맛사지사로 일하던 A씨는 단식원 사주의 경영에 '앙심(?)'을 품고 사주가 탈세를 자행하고 있다는 증거물을 국세청에 제공했습니다.
A씨가 제공한 증거물은 단식원을 찾은 회원현황노트. 이 노트에는 단식원을 찾은 3094명의 명단과 함께 수입금액이 줄줄이 적혀 있었는데 이 중 83%이상인 2994명에 대한 수입금액은 토시 하나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지요.
국세청은 이에 착안, 즉각 조사에 착수해 탈루된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사건은 순조롭게 귀결되는 듯 했지만 단식원 사주인 B씨가 심판원에 불복청구를 제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B씨는 "회원현황노트는 단순히 접수창구를 찾은 고객들의 신청서 기재사항을 옮긴 것 뿐이며 중도에 탈락하면 정규요금에서 할인된 경우가 다수"라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국세청이 이들 중 일부에게만 전화확인을 거쳐 모든 고객이 정규요금을 낸 것으로 '추정', 세금을 부과한 것은 근거과세원칙에 위배된다"고 강변하며 과세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심판원 "국세청 '오버' 했다, 조사 다시∼" =심판원 조사 결과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상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이 건은 심판원에 의해 '재조사'결정이 떨어지면서 국세청은 체면을 구겨버리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습니다.
심판원은 단식원 사주 B씨의 주장을 받아 들였지만, 처음부터 국세청이 '잘못'했다고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제보자가 맛사지사로 근무하고 있어 영업실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으로 보여 제보자료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세청이 자료를 신뢰해 과세한 것은 잘못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제보자는 경리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입금액을 알 수 없고 제보자료에도 수입금액 수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중도 탈퇴시 약정대금을 변경하는 등 상관행으로 볼 때 수입금액이 적히지 않은 2994명 모두가 정규코스를 마쳤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몇 통의 전화'를 바탕으로 회원현황노트상 수입금액이 기재되지 않은 인원 모두를 정규코스 금액을 적용해 수입금액을 산정한 것은 사실조사 부실로 근거과세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심판원의 결정이었습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행정관행을 살펴볼 때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재차 시행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심판원 결정이 이런 식으로 떨어진 만큼 조사를 다시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세무조사를 할 때 좀 더 열심히 전화통화를 했다면(수입금액 미기재 고객들에 대한 확인전화), 애초부터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탈세제보에 의한 조사행정'의 신뢰성에 상처가 나는 일도 아마 없었을 듯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