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씨는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검찰이 "변 전 국장에게 외환은행 인허가와 관련해 대가성 있는 돈을 줬느냐"고 묻자 "외환은행 인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도 포함돼 있다"며 사실상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하씨는 2003년 6~7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정부 로비역할을 하면서 변 전 국장에게 2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주고 승용차를 744만원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변 전 국장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3천만원을 투자하는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는 지난해 말 열린 첫 공판에서는 뇌물 제공 혐의에 대해 대가성을 전면 부인한 바 있어 이날 진술은 자신의 주장을 사실상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하씨는 앞서 공판에서는 200만원씩 두차례가 아닌 한차례만 교부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역시 이날 두 차례에 걸쳐 총 400만원을 교부했다고 공소사실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변 전 국장은 혐의 사실을 강력 부인해 왔으나 하씨가 종전 주장을 번복함에 따라 재판부는 하씨 공판에서 변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씨는 자신의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친구(변씨) 부탁도 있고 (변 전 국장 동생 회사가) 투자가치도 있는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다고 고려됐다고 여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도 있는 것 같아 말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하씨는 또 수사에 협조하면 구속취소 등 선처를 해주겠다는 검찰 제의에 일부 거짓 진술을 했다는 당초 태도를 바꿔 "구속된 후 조사과정에서 내가 먼저 검사에게 '선처해 줄 수 없냐'고 물었고 구속취소 언급은 있었지만 검찰이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을 채택했으며 특히 스티븐 리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론스타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에 대해서는 양측이 증인 신문을 강력하게 요청함에 따라 증인소환장을 송달키로 하는 등 국제사법공조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씨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도망이나 증거 인멸 염려가 없고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해 변 전 국장은 불구속으로, 이강원 전 행장은 보석 석방한 형평성에 비춰 피고인에게도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