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 대상 의결권대리행사 위임권유 설득작업 착수
경제개혁연대는 8일 두산중공업이 오는 16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박용성 前회장과 박용만 前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것과 관련, 박 회장 등이 경영복귀 명분으로 내세우는 책임경영론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연대는 이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비롯한 60개 기관투자자와 800주 이상을 소유한 760명의 국내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협조를 권유하는 문서를 발송하는 등 오늘부터 두산중공업 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대리행사를 위한 위임권유에 들어갔다.
연대는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 주식 12.58%를 보유한 산업은행에 대해선 "국책은행이면서 공적인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에 따라 두산중공업 이사후보에 대해 반대 의사표시를 해달라"며 김창록 은행장의 면담을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8일 두산중공업 주주총회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산중공업의 주식을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박용성 前회장과 박용만 前부회장이 경영복귀 명분으로 대주주 책임경영론을 제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과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한 불법행위가 확인돼 책임경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사후보가 유죄판결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연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주총에서 선임될 예정인 사내이사 후보 박용성 前회장과 박용만 前부회장은 두산건설과 두산산업개발 회사자금 230억원을 횡령하고, 2800여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각각 징역3년 등의 유죄판결을 받았었다.
또다른 사내이사 후보 이성희 두산중공업 부사장도 두산건설 분식회계와 관련해 당시 경리담당이사로서 대주주 일가와 공모, 분식을 저지를 혐의로 지난해 징역8월의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금감원 조치로 두산건설 이사취임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밖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인 박정규 변호사는 두산그룹 형제의 난과 관련해 오너일가의 소송을 대리한 김엔장에 소속을 두고 있어, 독립된 감사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 연대의 주장이다.
연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지분구조는 총수일가(약0.4%)와 계열사 (주)두산(약50%)를 합쳐 내부지분율은 50.4%. 이에 따라 연대가 오늘부터 주주들의 협조를 얻어 의결권을 위임받더라도 사실상 총수일가의 이사선임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대가 현실적으로 기대를 거는 부분은 감사선임과 관련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부분.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에선 지배주주가 감사까지 맘대로 선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1인의 주주가 하는 의결권 3%로 제한했다.
결국 두산의 총수일가가 의결권을 3%밖에 행사하지 못하고 이사선임 찬성을 표시한 산업은행 투신운용과 삼성 투신운용을 합쳐도 7.44%의 찬성표를 확보하기 때문에, 외부주주들을 적극 설득하면 감사위원 선임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연대가 기대하는 산업은행도 3% 제한에 걸리는 데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농협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교원공제회 등 공적으로 볼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주식의결권을 합쳐도 3%를 조금 넘는 의결권밖에 되지 않아 이마저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상조 소장은 "김엔장 사무소가 비록 공동사무소 형태지만 김엔장 다른 변호사가 총수일가 변호를 했다"며 "법률대리를 한 그 법률사무소 소속변호사가 이들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으로 간다는 것은 사외이사 취지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이번 연대가 추진하는 두산중공업 이사선임 반대가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공적인 기관들이 앞으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