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제 정당과 대선후보들이 차기 정부에서 추진할 개헌의 내용과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면 개헌안 발의를 차기 정부에 넘길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이 개헌 발의 퇴로 모색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늘 한 제안은 개헌 발의의 퇴로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가진 개헌 관련 특별기자회견에서 "개헌 발의 자체를 가지고 퇴로를 모색할 이유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되던 안되던 발의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거침없이 발의해버리면 된다"면서 "발의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헌자체에 목적이 있다. 개헌을 성사시키고 싶어서 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대권 후보 없다는 건 속단"
노 대통령은 특히 "제 임기 중에 개헌안이 통과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타협을 해서라도 개헌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차선이 된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고 퇴로를 모색한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발의 자체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성사의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발의는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1차 목적은 발의가 아니라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열린우리당 대권 후보 없다는 건 속단"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대권후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열린우리당에 대권 후보가 없다고 했는데 왜 후보가 없느냐"면서 "여론상 지지도가 높지 않다는 것뿐이지 이미 사실상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지도는 몇 번 바뀔 수 있고 앞으로 업치락 뒤치락 할 것이다. 후보가 없다는 건 속단"이라며 당적정리 이후에도 열린우리당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2/3 의석 초과 정당·대권 유력 후보 참여하면 제안 성사 가능"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유보 제안의 조건에 언급된 정당의 기준에 대해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지금 의석구조에 비춰서 3분의 2를 충분히 초과할 수 있는 수준의 정당이 참여한다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권 후보 조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적어도 우리가 유력한 후보라고 일반적으로 현재 추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정당의 당론으로 함께 표현됐을 때의 정도이면 신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정당 아무 반응 없으면 더 기다릴 이유 없다‥3월중 가부 판단"
개헌 관련 스케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언제까지 기다리는 게 적당한 시간이냐 하는데 여기에 관계된 정당이나 당사자들이 반응하는데 그렇게 긴 시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도 그렇게 많은 시간 필요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각 정당과 대권후보들이)아무 반응도 없으면 더 기다릴 이유 없다"며 "일단 반응이 있어서 대화가 시작되거나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라면 날짜를 정해놓고 싹둑 자르는 것은 대화를 제안한 사람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봐서 시간이 많이 있지 않기 때문에 3월중으로 가부간에 판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제안이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차기정부에서는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건 제 인식이 맞다. 다만 차기정부서 개헌이 가능하려면 다음 대통령이 임기를 조정해줘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