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법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나와 있다. 훈장을 받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훈장이 주는 상징적 의미 만큼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 5일 제41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다수의 모범납세자와 세정협조자들에게 훈장이 수여됐다. 이날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포상자 명단에 따르면 GS건설 등 모범납세기업들(대부분 대표이사)에게는 산업훈장이 수여됐으며, 세정협조자 중에는 조세분야의 '석학'인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와 정병춘 광주지방국세청장이 홍조근정훈장 수훈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여기에는 같이 훈장을 받은 재경부의 이희수 조세정책국장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이 국장은 행정자치부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정식으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고보니 납세자의 날 수훈자 명단에 재경부 인사를 제외하는 것은 지난 2004년부터 생겨난관행(?)이었다. 2003년에는 당시 방영민 세제총괄심의관이 홍조근정훈장을 받았고 그 사실도 떳떳하게 공개됐다.
이후 2004년 김영룡 세제실장, 2005년 허용석 세제총괄심의관(현 세제실장)에 이어 지난해 권혁세 재산소비세제국장은 훈장을 받고도 재경부가 공개한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4년 당시 김영룡 세제실장은 훈장을 받기 직전 사표를 제출한 상태여서 수상하러 나가기가 '좀 그랬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당시 김 전 실장은 수훈자 명단에서 제외됐고 우편으로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경부 세제실 인사들이 받는 수훈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관행화 된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의 날 행사를 총괄하면서 상을 주는 입장인 재경부가 소속 공무원에게 훈장을 주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 재경부의 해명이다. 그러나 조세정책에 이바지한 공로로 수여되는 훈장이 '비공개'로 주어지는 관행은 훈장이 주는 그리고 가진 가치를 떨어지게 하지나 않을지 곰곰히 생각해 볼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