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은행장, 기업은행장,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4개 주요 금융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호사가들은 이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사가 시작되던 시점에서 본 판세와 끝난 후 판세가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통상 기관장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후보의 경험과 능력이다.
신임 기관장 재임기간 중 해당 기관의 최대 과제와 후보의 능력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인 것이다.
이번처럼 여러 금융기관장 인선이 동시에 이뤄지면 한 금융기관의 인선이 다른 금융기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또 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상위기관의 역학 구도는 어떤지, 해당 기관장 자리에 어떤 후보군들이 등장하는지, 인사 검증에 문제될 신변상의 문제는 없는지, 출신지역.학맥.인맥 등까지 인사는 변화무쌍 그 자체다.
이같은 측면에서 번지수를 잘 찾거나 관운이 따르는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는 능력과는 별개로 상당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호사가들은 이번 4개 기관장 인사 중 시작부터 가장 유력했던 후보로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를 든다.
재경부 차관이라는 전 직책과 내외부 평판 등으로 볼 때 일찌감치 내정 단계로 들어섰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행장은 누가 적합했을까.
금융가는 장병구 수협대표가 우리은행장으로 지원했을 경우 전혀 다른 경쟁구도가 성립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 출신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시장 출신 우리은행장이 나설 경우 외견성 보완적 관계가 성립한다.
장 대표는 외환은행에서 주로 경력을 쌓고 수협을 정상화시킨 뱅커다.
청와대 쪽 인맥에 속하므로 재경부 출신인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와 또 다른 보완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은 국책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 검증도 기업은행에 비해 덜 까다롭다.
최명주 전 교보증권 사장 등도 우리은행장으로 지원했을 경우 더욱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한 신임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비롯한 재경부 인사가 기업은행장에 출사표를 냈을 경우 전혀 다른 판이 벌어졌을 뻔 했다.
재경부 현직 인사가 나섰다면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선배로서 연임 의지를 밝히기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초 기업은행장은 장 대표 유력설이 돌아 아예 지원조차 포기한 인사들이 많았고 강 행장은 이같이 어려운 판세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유재한 신임 사장이 기업은행으로 기울었다면 최창호 현 공사 부사장과 김동환 현 공사 이사 간의 양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컸다.
정경득 경남은행장과 정태석 광주은행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선임 문제에 온 관심이 집중된 사이 조용히 연임에 성공했다.
은행업계 고위관계자는 "인사에선 본인의 능력은 기본이고 정보와 판세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같은 기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막판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고스란히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