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함께 회계서비스시장도 개방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아직 구체적인 타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점설치와 자문업무에 대한 개방이 포함돼 있어 우리 회계법인들은 미국의 '골리앗' 회계법인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시장의 개방과 함께 소비자들은 보다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지만 회계법인들의 입장에선 전문성 강화, 다양한 서비스 개발 등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야할 상황이 도래한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부분 개방된 회계서비스시장에서 한·미FTA가 가져올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회계시장에서의 개방은 이미 상당부분 진전 됐고, 이번 한·미FTA에서의 개방 정도도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전면개방은 없다"…로열티, 출자 등 2단계 개방안 진행
회계시장의 개방은 단계적으로 예측한다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로 외국 회계법인이 국내 회계법인에 서비스를 팔아 로열티를 챙기는 방법이 진행될 수 있으며, 2단계로 외국 회계법인이 직접 국내 회계법인에 출자해 배당금을 가져가는 방법, 마지막으로 외국 회계법인이 직접 국내에 사업장을 두고 장사를 하는 방법으로 개방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FTA에서는 전면적인 개방이 아닌 2단계 수준의 개방안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1단계로 외국법인이 국내 회계법인에 자문 등의 서비스를 통해 로열티를 얻어 가는 방식의 개방이 진행되고 2단계로 외국법인이 직접 국내 회계법인에 출자해 배당금을 가져가는 방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회계시장은 자동차 등 다른 상품, 비서비스업 분야보다 취약한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경쟁하면 상대가 안되는 곳"이라며 "조심스럽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관철됐다"고 설명했다.
3단계 개방까지 포함된 법률시장과는 달리 직접 국내에 사업장을 두는 데까지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회계시장에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이미 개방된 회계시장 "영향 적을 것"
이미 상당부분 해외에 진출해 있는 회계법인들의 개방 우려는 크지 않다.
오윤택 한영회계법인 부대표는 "이미 4대 회계법인을 비롯한 주요 회계법인들이 미국의 대형회계법인들과 제휴계약을 맺고 있다"며 "회계시장 개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소비자인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이미 국내기업에 대한 정보력을 갖고 선점하고 있는 국내회계법인의 손을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독당국의 업무제휴도 이미 시작됐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미국증시에 상장한 우리기업들의 회계감사를 감당하고 있는 회계법인에 대해 미국 PCAOB(상장법인 회계감독위원회)와 공동으로 검사·조사 등을 하기 위한 양해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PCAOB에 등록돼 있는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대주, 신한, 삼덕 등 국내 12개 회계법인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금감위·원과 PCAOB의 공동 검사·조사·제재 등을 받게 됐다.
한·미FTA가 국제회계기준 도입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회계기준도입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김용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시장개방이 국내 회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도 우리와 함께 올해 국제회계감독자회의에 가입하면서 유럽의 국제회계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FTA는)회계기준 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 '이웃' 법률시장의 개방이 문제
한·미FTA의 타결과 회계시장 개방에도 큰 걱정이 없다는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의 고민은 의외로 법률시장의 개방에 있었다.
법률시장 개방과 함께 집단소송제도가 정착단계에 있는 미국의 경험 많은 변호사들이 우리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업과 함께 공동책임을 지게 돼 있는 회계사들이 줄소송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장영 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미국에서 상당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 우리 회계법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며 "분식을 한 기업이 망할 경우 감사책임이 있는 감사인들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현재 외감법과 증권거래법상 집단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과 회계감사인이 연대책임을 지게 돼 있기 때문.
상법상의 취약점도 회계법인들의 걱정거리다.
상법개정안에는 기업 이사의 배상책임을 연봉의 3∼5배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감사인에 대해서는 책임수준의 제한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은 또한 "미국에서는 입증책임이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에게 있지만 우리는 피고가 하게 돼 있어서 소송이 남발될 우려도 있다"며 "금융기관의 경우 감사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능력과 신용분석을 할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금융기관에서는 입증책임을 원고가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