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반노 정서 약해질 것" 반색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MBC가 협상 타결 하루 후인 3일 코리아리서치센터와 공동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응답자의 32.2%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20일 조사(22.2%)에 비해 꼭 10% 포인트 상승한 것이었다.
KBS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32% 였다. 지난달 23일 조사때에 비해 9% 포인트 가량 올랐고,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 역시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은 29.8%로 지난달 조사에 비해 6%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조사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마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리둥절 한 것은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정가는 노 대통령의 급작스런 지지율 상승이 연말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미 FTA 타결에 대해 "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찬사를 보냈던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잘한 건 잘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단기적인 FTA 효과일 뿐"이라는 평가에서 "대선 틀을 바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혼재했다.
심재철(沈在哲) 홍보기획본부장은 "당장 다음주에 개헌안이 발의되면 FTA로 벌어 놓은 점수를 까먹을 것"이라며 "계속 이렇게 가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했고, 임태희(任太熙) 여의도연구소장도 "노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 평가가 아니라 개별 사안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지속성을 갖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 소장은 또 "노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연말 대선은 반노 정서로 치러질 수는 없으며, 지금 단계에서 지지율 상승을 대선에 연결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일 뿐 아니라 지지율 역시 여러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국면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현재의 높은 당 지지율이나 대선주자 지지도가 반노(反盧) 정서의 덕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한나라당의 입지 축소와 연계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석연(李石淵)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도 3일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외곽조직 연설에서 "한미 FTA 협상 타결로 노무현 정권이 그동안의 실정을 상당부분 만회한 데 이어 북미 접근, 남북정상회담설 등으로 한나라당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면서 "또 범여권의 정비로 대선판도의 틀이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빅2'인 이 전 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측도 국면 전환 가능성에 동의했지만, 해석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鄭斗彦)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이 범여권의 체제 정비로 이어지면서 국면이 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리멸렬한 범여권이 안정을 찾아가면 한나라당내에서도 본선경쟁력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내 경선을 앞둔 이 전 시장에게는 그다지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측의 유승민(劉承旼) 의원은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여론조사 지지도의 정상화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48%인데 두 후보의 합이 70%를 넘는 것은 분명 거품이 있다는 것이므로 지지율이 정상화되면 거품도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시장측은 `본선경쟁력'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여권 지지성향과 겹친다고 보는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거품'이 제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범 여권은 대개 반색하는 기류다.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전략기획본부장은 "정국에서 노 대통령의 주도권이 많아진다는 것은 양면적 측면이 있지만 반노 정서가 약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훨씬 더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통합신당 모임의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나 비판적 기조의 언론들이 대통령의 결정을 평가하고 칭찬하는 분위기에 영향받아 지지율이 오른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도 "민감한 정치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한 것이 긍정적 작용을 했다"며 `국정전념' 기조 유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한미 FTA 반대론측에 서 있는 한 의원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전폭적 지지와 보수언론의 찬사를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과도하게 해석해 상황을 오판해선 안된다"며 "그나마 있었던 10% 남짓한 절대적 지지층의 이탈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일시적 상승 국면이 꺾이면 뒤를 받쳐줄 절대지지층의 이탈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