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를 적게 내고자 스위스로 이주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컨설팅 그룹인 KPMG이 최근 전화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스위스의 낮은 세금으로 인해 스위스로 이주해온 외국인 갑부들의 수는 2003년 2천394명에서 지난해 4천175명으로 늘어났다고 스위스 언론이 4일 전했다.
칸톤(州) 별로 살펴 보면, 같은 기간에 보 칸톤이 260명에서 1천100명으로 급증한 것을 비롯해, 발레 칸톤이 647명에서 860명, 제네바 칸톤이 555명에서 600명, 티치노 칸톤이 410명에서 477명, 그라우뷘덴 칸톤이 168명에서 250명, 취리히 칸톤이 38명에서 150명으로 각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KPMG는 밝혔다.
여기에는 작년 말 스위스 이주를 전격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프랑스의 록스타 조니 알리데와 영국 가수 필 콜린스와 미국 가수 티나 터너, 프랑스 여배우 이사벨 아자니, F1 경주선수인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 프랑스 테니스 선수인 아멜리에 모레스모 등을 포함해 상당수의 외국인 스타들이 포함돼 있다.
스위스 거주에 따라 이들 외국인 갑부에게 매기는 소득세는 26개 칸톤별로 서로 다르지만, 기본적인 공식은 이들의 연간 집세나 소유 주택의 임대 가격에 연간 생활비를 더한 금액을 5배 하고, 이 금액에 평균 30%의 소득세가 매겨진다.
스위스 칸톤 정부들은 2001년 도입된 '세금 조화 법령'(Tax Harmonisation Act)의 틀내에서 자체 조세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칸톤의 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KPMG측은 이들 외국인 갑부가 내는 소득세가 2004년 6억스위스프랑(CHF.4천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2006년에는 무려 10억 CHF(7천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발레 칸톤의 경우 외국인 갑부들은 칸톤 인구의 0.6%에 불과하지만 세금 납부 액수는 5.2%에 이르고 있다.
KPMG 파트너인 패트릭 버지는 "일반적 인식은 이들이 소득에 비해 적게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계산으로는 이들이 연간 소득 20만 CHF 이상의 스위스 국민의 소득세 평균에 해당하는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를 비롯한 인근 유럽국들은 스위스 칸톤들이 '낮은 소득세'를 미끼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외국인 갑부들을 유혹해 '조세 피난처'의 구실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스위스 국내에서는 이들 외국인 갑부에게 터무니 없이 낮은 소득세를 물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스위스 갑부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