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관세청 엿보기③]'과세가격사전약정제' 논란

외국의 모회사와 한국에 있는 자회사가 거래를 할 경우 본사에서는 일방적으로 물품의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수입신고되는 물품가격을 정상가보다 낮게 신고해 관세를 탈루 할 우려가 높다.

관세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의 이전가격세제를 벤치마킹한 '과세가격 사전약정제'를 도입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본사나 지사간에 상호 수입하는 물품에 대해 가격 책정 배경을 듣고 일반적인 가격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결정하겠다는 것.

관세청 관계자는 "본사와 지사의 특수관계자간 거래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으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가 많고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 경우 관세청이 납세자인 기업과 협의해 과세가격을 결정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수입신고가격을 투명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업과 관세청간의 중간역할을 하고 있는 관세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듯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광수 前관세사회 회장이 지난달 열린 관세사회 정기총회에서 지적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박 前회장은 "신고납부제도 하에서 다국적 기업체가 납세신고를 함에 있어 적용할 평가방법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은 관세사의 고유 직무영역"이라며 업무영역의 침해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세가격 사전약정제도의 도입은 올해 업무계획으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지 않았고 협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부터 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제도는 관세사들의 업무영역 축소에 대한 부분 뿐만 아니라 몇가지 다른 우려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세가격의 평가방법 적용문제는 박 전 회장의 지적처럼 관세사들도 애매해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부분인데 이를 얼마나 정확히 판단,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우려된다는 것.

과세과격을 평가하는 방법은 4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기본적으로 실재 거래되는 가격으로 신고할 경우 실재가격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로 실재 거래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동종동질 물품의 수입가격과 비교해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동종동질의 물품을 찾기 어려울 경우에는 가장 유사한 물품과 비교하는 세 번째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세가지 방법으로도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판매가격에서 이윤이나 경비를 빼서 수입가격을 유추해 내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문제는 유추방법의 경우 경비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줄 수 있을지 하는 부분인데 기업과의 협정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과세가격 사전약정제'의 또다른 우려는 과세관청인 관세청과 납세자가 협의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박 전 회장도 지적한 것처럼 세관과 납세자가 과세가격을 협의해 결정한다면 추후에 그 협의가 잘못 됐다하더라도 추가 추징이나 환급이 어렵게 될 수 있다.

관세청은 아직 준비단계에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보완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금년중에 몇 개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여서 논란의 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