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30부, 재판장 박정헌)은 13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某씨, 정某씨, 박某씨, 김某씨 등 4명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했다. 세무조사기업으로부터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당시 송파세무서 공무원 김某씨는 지난달 30일 유죄로 사건이 먼저 종결됐다.
이날 항소심에서는 뇌물을 준 것으로 알려진 회사 관계자 3명이 증인으로 채택돼 피고측 변호인들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특히 김某씨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A시스템 회사의 경우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자가 증인으로 채택돼 뇌물로 사용된 금액의 정확한 출처와 함께 김某씨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안某씨의 회사 자금 횡령 여부 등이 집중 추궁됐다.
□ A시스템대표,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해서 질책만"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A시스템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자는 시종일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핵심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히 자금 출처 문제와 관련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A시스템 안某씨는 대표이사의 결제도 받지 않고 품위서도 차후에 올리는 등의 문제점이 불거져 재무담당자를 증인으로 채택, 이를 증명하려 했으나 재무담당자 역시 복잡한 장부라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어 증인으로 나온 A시스템 대표이사는 안某씨가 뇌물을 전달한 것에 대해 "안某씨가 김某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차후에 보고 받고 나니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지만 평상시 한 번도 의심을 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세금관계로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말해 질책하는 수준에서 끝냈다"고 말했다.
그는 안某씨가 사용한 자금의 사용 용도를 묻는 질문에 "안某씨가 지난 2001년 부가세건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세무공무원에게 접대하는데 사용했다고 말해 그렇게 알고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김某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소박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원칙과 소신에 따라 일해 징계 한 번 받은 적이 없다"면서 "절 믿어줬던 서울국세청장님과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1심 결과로 공직을 떠나게 돼 가슴아프지만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 증인 진某씨, "당뇨병에 피곤해서 잘 기억이 안난다"
이와 함께 무죄를 주장하는 세무공무원 정某씨의 경우 뇌물을 직접 건네줬다는 회사의 진某 전무가 증인으로 채택돼 집중 추궁을 받았다.
진某씨의 경우 뇌물을 준 장소와 해당 세무공무원과의 약속을 잡았던 통화 기록 여부 등이 논란을 일으켰다.
진某씨는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주던 날 당뇨병에 피곤함이 겹쳐 뇌물을 준 장소가 보신탕집인지 카페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뇌물은 건네줬고 피고인인 정某씨가 금액을 확인하고 서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정某씨의 변호인 측은 "정某씨가 보신탕집에서 받은 돈은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부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거부했던 사람이 그 돈을 다시 받았다는 증인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뇌물 공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진某씨의 경우 해당 공무원과 약속을 잡기 위해 사무실로 전화한 것과 관련 30초의 짧은 통화기록이 정말 통화를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추궁됐다. 정某씨의 변호인은 "30초란 시간은 해당 공무원이 자리에 없어 부재중임을 알리는 정도의 시간 정도"라며 "정말 통화가 이뤄진 것이냐"고 집중 추궁 당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된 진某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확한 답을 피했다.
정某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27년 공직 생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서 "뇌물을 받은 적도 없고 이런 논란이게 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겠다"며 무죄임을 밝혔다.
□ 유죄 인정 박某씨, 김某씨 "선처를 부탁합니다"
반면 박某씨, 김某씨는 자신의 뇌물 수여 사실을 인정하고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박某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죄송하고 잘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생에서 똑 같은 일이 다시는 없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김某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뇌물건으로 문제를 일으켜 스스로 사표를 낼 기회를 얻기 위해 본청 감찰과에 사표 제출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현재 재판중이라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많은 반성과 뉘우침을 갖고 있다. 15년 4개월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스스로 떠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 4명에 대한 최종선고를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