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종부세 같은 제도가 없다."(주한 프랑스 대사관)
"세율과 세목 결정은 각국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상호주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외교통상부)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부동산 투기억제 등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한국 내 자국 정부 소유 부동산에 부과된 종부세를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종부세가 도입된 2005년 이래 자국 정부 명의의 서울 시내 직원 사택에 부과된 종부세 약 6천만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빈 협약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대사관 건물과 대사 관저 등에는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
우리 정부는 대사관 건물과 대사관저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 정부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 아래 이른 바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즉 외국 정부가 자국에 소재한 우리 정부 명의의 부동산(대사관.관저 제외)에 보유세를 부과하면 그 나라의 한국내 부동산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매긴다는 얘기다. 프랑스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종부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특정인이나 단체가 보유한 부동산 중 일정액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는게 종부세 도입의 취지. 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로 2005년에는 9억원을 초과할 때, 현재는 6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한해 종부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당초 프랑스대사관은 자국에 종부세 같은 특수한 세제(稅制)가 없는 만큼 이 세제를 적용받는 것은 `상호주의'의 취지와 어긋난다면서 종부세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표했다.
아울러 자국 정부 소유 부동산은 종부세의 도입취지인 투기 억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 관례 등을 보더라도 세율 등은 국가간 상호주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며 프랑스대사관 측에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프랑스대사관은 종부세를 아예 낼 수 없다던 입장에서 선회, 지난 달 종부세 적용을 받게 돼 있는 부분에 대해 일반 재산세 세율로 납부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이전에 발생한 적이 없어 다른 나라 사례와 국내법 및 국제법 등을 놓고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