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세청은 김호업 前중부지방국세청장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국세청에서 요직을 많이 지낸 김 前청장은 23일 '의원면직'돼 국세청을 떠났습니다. 마땅히 성대한 퇴임식을 예상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스스로 '퇴임식'을 거부하고 장문의 고별사로만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별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 새벽 5시에 출근해 작성했다는 고별사에서 그는 왜 '사퇴권유'에 반발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적어놨습니다. 또 '권토중래'의 의미가 담긴 두보의 '제오강정'이란 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는 고별사에서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납득되지 않는 새로운 명분과 기준을 만들어 유능한 국세청 간부를 퇴출시킨다면 후배들의 신분보장이 어려워 질 것"이라서 명퇴권유를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본 청장보다 기수가 앞설 경우 ▲그 해에 명퇴연령이 된 경우 ▲능력부족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경우 등의 나름대로의 명분과 기준이 있었는데, 자신은 그 어떤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저의 행동이 윗사람의 뜻을 거역하며 일사분란한 국세청 전통을 깨트릴까봐 선·후배가 걱정하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도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문화와 전통으로는 국세청이 초일류로 진입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1급으로 1년정도 근무하면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준다"는 국세청의 더 오래된 전통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방청장을 두 번 했으니 할 것은 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부산청장은 5개월 20일 '단기간 재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보다 나은 자리를 위해 스스로 원해서 단기간 근무했다라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퇴임식 없이 고별사로만 대신하는 이유는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새로이 시행됐는데도 본인의 사직의사와는 관계가 없이 작성된 사직서를 수리한 것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직서는 그가 스스로 날짜까지 박아서 작성해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날짜가 없다면 형식적인 사직서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이런 그의 고별사에 대한 국세청 후배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정말 왜 이러시나'입니다. 그가 국세청 사람들이 평소 인식하던 그리고 총무과장까지 지낸 '김호업 청장'이 맞는지 의심하며, 실망스런 표정으로 '그쯤 했으면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그를 믿으며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했던 국세청 사람들은 41년 국세청 역사에서 인사와 관련한 고위직의 첫 항명사례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무척 부끄럽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