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폐기됐다"‥안도-세무사 업계 '충격'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논란'만 불러 일으켜 왔던 성실납세제(舊 간편납세제)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입법화를 목전에 두게 됐다.
수 차례 입법보류로 인해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관측됐던 성실납세제 도입안이 전격적으로 조세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당초 제도 자체가 '폐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던 세무사 업계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 24일 오후 조세소위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성실납세제 도입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오는 26일 오전 열릴 예정인 재경위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조세소위를 통과,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구수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 표결을 통해 확정되면 내년부터 성실납세제도가 본격 시행되게 된다.
□ 성실납세제도 어떤 제도인가?=성실납세제도는 현재 복식부기 의무사업자 중 자기조정 사업자와 기준금액 이하의 개인 및 법인 사업자로서 각종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노출되는 시스템을 갖춘 일부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대리인의 조력 없이 '전자장부'를 통한 세무업무를 가능케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복식부기 의무사업자 중 자기조정이 가능한 사업자는 개인의 경우 도소매·광업 등은 매출액 6억원 미만, 제조·건설·숙박업 등은 3억원, 기타 서비스업은 1억5000만원이며 법인의 경우는 도소매·광업 5억원 미만, 제조·건설·숙박업 등은 5억원, 기타 서비스업은 5억원 등이다.
재경부는 이 기준금액 이하 사업자들 중 '거래의 투명성이 자동으로 노출되는 시스템'을 갖춰 성실납세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사업자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5-6만명, 법인사업자의 경우 5000-1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완전 통과할 경우 이들 사업자는 오는 2008년부터 성실납세제를 '선택적'으로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거래의 투명성이 자동으로 노출되는 사업자는 ▲ERP장비 ▲POS시스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사업자 ▲관리회사와 매출액을 기준으로 브랜드 사용료 지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백화점·할인점의 임대매장 사업자 및 피자전문점) 등 이다.
이들 사업자 중 성실납세제 적용을 선택한 사업자들은 국세청장이 인증한 전자장부를 통해 장부를 기장하면 세무조사 면제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추후 부정한 세금탈루 등이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세액을 추징 당하게 된다.
□ "폐지될 줄 알았는데..."-충격 휩쌓인 세무대리 업계=성실납세제의 조세소위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충격에 휩쌓인 모습이 역력하다. 당초 업계는 수 차례의 입법보류를 통해 사실상 제도 도입이 무산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임향순 한국세무사회장도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성실납세제는 사실상 폐기됐다"고 밝혀 왔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4일 조세소위에서 전격적으로 관련 입법안이 통과되자 제도 도입 저지를 주도해 왔던 세무사회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공교롭게도 정기총회가 예정된 26일 오전 제도 도입안이 입법 '8부 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재경위 전체회의 의결안건으로 채택된 상태여서 1년에 한 번 있는 세무사 업계의 '축제'는 썰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초 계류될 것으로 여겼던 성실납세제 도입안이 조세소위를 통과, 곤혹스럽다"며 "세무사회 정기총회와 신임 회장 취임식 등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집행부가 2년간 공들여 이뤄 놓은 작품이 일거에 물거품이 될 판"이라며 "주변 상황이 어렵지만 26일 재경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회차원의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