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그 감시장치인 5%룰의 맹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대두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가 최근 들어 주주 행동주의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세계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와 인수합병(M&A)분쟁에서 핵심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행동주의는 기업의 실적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5%전후의 주식을 매입한 후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얻어내며 성과 위주로 짜인 보상체계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사전적, 전략적, 적극적 행태를 보여 상당히 위협적이란 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게다가 헤지펀드는 법적 권리를 최대한 행사할 뿐 아니라 경영진에 대한 인신공격도 병행하는 등 공식.비공식적 방법을 총동원해 타깃 기업의 경영진을 압박한다고 연구소는 주장했다.
실제로 2003∼2005년 미국 155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어진 헤지펀드 행동주의를 분석한 결과 60%에 해당하는 93개 타깃 기업이 헤지펀드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우리나라는 코스피 상장 상위 20대 기업 중 외국인지분이 40%를 초과하는 기업이 13개에 이를 만큼 외국인 비중이 높고 경영권 방어제도가 취약해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이 될 우려가 크다"면서 "헤지펀드는 감독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도와 자금원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타깃 기업이 방어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에 대한 우리나라의 유일한 경보장치인 기업공시제도, 특히 5%룰(대량주식보유변동신고제)은 주식 5%를 보유한 후에도 공시하기까지 7일간이나 추가 주식매입을 허용하는데다 자금출처에 대한 형식적인 답변을 용인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기업이 헤지펀드 행동주의의 타깃이 되고 단기성과주의 압력에 시달리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안정,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해를 입게 되는 만큼 정부는 현행 5%룰의 맹점을 5% 이상 주식 보유 즉시부터 공시 후 5일이 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추가매입을 금지하고, 주식의 최종적인 소유자와 자금출처를 보다 상세히 공개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아울러 정부는 상법개정을 통해 2∼4년의 장기보유자에 대해 1주 2의결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업도 주가를 띄우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헤지펀드의 부실한 공시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헤지펀드 행동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