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위는 9일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공공기관, 학계, 이익단체,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법·음성적 청탁 방지를 위한 로비활동 법제화 추진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성진 청렴위 위원장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패문제가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불법·음성적 청탁의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신뢰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로비활동 법제화 문제를 이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할 시점에 있다"고 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청렴위 정기창 제도개선단장은 로비활동 법제화에 대해 "로비활동 법제화 문제는 폭넓은 국민적 논의와 공감을 기초로 정책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법제화를 추진시 제기될 수 있는 쟁점사항에 대해 대안별 장단점을 분석해 제시했다.
정 단장은 우선 "로비활동은 '제3자를 통해 입법부·행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무원·정치인 등과 접촉하는 행위'"라며 "외국의 추세를 감안해 입법과정 뿐만 아니라 행정부 정책결정 과정도 대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로비활동을 수행하는 로비스트의 자격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방안,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에게 인정하는 방안 등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퇴직공직자에 대해 일정기간 로비활동을 제한하거나 부패전력자에 대한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단장은 로비스트 등록 및 관리 주관부서에 대해 "행정부내 기관으로 할 경우 불법·음성적 청탁방지 및 정책투명성 제고 등 제도도입 취지와 우리나라의 반부패 청렴대책 추진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관부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특히 "로비활동 법제화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등록 로비활동, 허위신고 등 로비활동 관련 의무위반과 같은 위법·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의 강도는 로비활동 법제화의 취지 및 실효성 담보, 외국사례, 타 법률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로비활동 공개해 정책과정 공정·투명성 제고해야"= 이날 참석한 토론자 대부분은 "로비활동을 공개해 정책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기본방향에 공감하면서 구체적인 추진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상이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찬호 전경련 상무는 "로비활동을 규율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이 불법적인 로비관행을 우선 근절시키자는 것인지 로비활동을 공개해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인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법제의 도입이 시급한 것인지를 따져보고 불가피하게 로비활동을 규제하는 법률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규제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경호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고 이에 따른 집단간 이해관계가 복잡·첨예해지는 상황에서 건전한 청탁문화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며 "로비활동 법제화 작업은 이 같은 시대상황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비활동 법제화가 불법·위법행위 근절만을 목표로 하는 소극적 개념을 넘어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주장을 합법적 틀 속에서 활발하게 수렴하기 위한 적극적 개념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법제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정보공개법, 행정절차법,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도 함께 정비해 불법·음성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민 중앙대 국가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의사협회 로비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로비활동의 정의에 제3자를 통한 경우뿐만 아니라 직접로비의 경우도 포함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광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로비활동을 양성화해 정책결정자들에게 보다 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민주적인 통로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로비를 합법화하는 대신 규제를 엄격하게 정해 로비스트의 내역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자료를 원하는 국민들에게는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렴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로비활동 법제화 필요성 여부, 추진할 경우 효과적인 추진방안을 마련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