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理論)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현실은 이론을 여과 없이 수용하기에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제도는 수 십년간을 이어온, 말 그대로 '기득권화'됐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을 깨뜨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 동안 쌓인 '경험칙'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1세대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서울·과천 등 특정지역에 소재한 주택인 경우 '3년 이상 보유, 2년 이상 거주'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채워야 합니다.
그러나 세법상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혜택을 적용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취학 ▲1년 이상의 질병치료·요양 ▲근무상 형편 등 사유가 있을 경우 보유 및 거주요건 등을 다 채우지 않아도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 국세심판원에서 내놓은 과세불복 사례에는 이 같은 '부득이한 사유'의 판정에 대한 국세청과 납세자간 '의견차이'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1억원이 넘는 양도세액을 놓고 벌인 납세자와 국세청의 다툼은 결국 '납세자 승소'로 귀결됐습니다.
□ '우울한 가족사'로 인해 파생된 양도세 1억원 =A씨는 지난 2000년 서울시 소재한 아파트 한 채를 사서 살다가 지난해 초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1주택자로서 양도세가 비과세 되지만 6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해당, 초과분에 대한 양도세 3700여만원을 자진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A씨가 이 주택에서 3년 이상 보유 및 2년 이상 거주하긴 했으나 부인인 B씨가 쟁점주택에서 거주한 기간이 1년1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발견, 거주기간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해 1주택 비과세 적용을 배제, 1억1000여만원의 양도세를 부과했습니다.
A씨의 아내인 B씨가 쟁점주택에서 오래 살지 못한 배경에는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의 우울증 등으로 인해 별거상태에 있었던 부부는 2000년 쟁점주택을 취득한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내의 우울증 증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지난 2004년 말 합가, 주택을 양도하던 지난해 초까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A씨는 심판원에 제출한 과세불복 청구서에 "아내의 우울증은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담당의사도 섣부른 합가(?)는 우울증 치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제시, 이를 따른 것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A씨는 이어 "아내의 거주기간이 1년1개월에 불과하더라도 이는 성격차이로 인한 가정불화,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 치료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해 줘야 한다"고 강변했습니다.
국세청의 반박은 매몰찼지요. 국세청은 과세이유에 대해 "가정불화 및 질병 등을 이유로 아내가 쟁점주택에서 오래 거주하지 못했다는 주장만 할 뿐 (B씨의 질병치료 등 사유)제대로된 입증도 없다"며 과세는 돌이킬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부득이한 사유 인정-1주택 비과세 적용해줘야" =심판원은 A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며 심판청구를 '인용'결정했습니다. 심판원의 결정으로 A씨는 6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아낄 수가 있었던 셈이지요.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A씨의 아내가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17차례에 걸쳐 우울증 진료 및 검사를 받은 기록이 있다"며 "B씨가 가정불화,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상담을 받은 사실도 담당의사의 확인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현행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의 취지는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거주이전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1주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굳이 '세대원 전원'이 3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A씨의 아내가 2년 이상을 거주하지 못했지만 이는 가정불화 및 아내의 우울증 등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세대원 중 일부가 다른 곳에서 거주했기 때문인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를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한 국세청의 과세는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