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기사실 통폐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무조건적 강행방침에서 "대화하면서 융통성 있게 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취했다.
노 대통령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기자실 공사문제는 시간 충분히 있다. 협의가 진전되면 조정될 것"이라며 "공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부터 대화하면서 전망이 보이면 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취재지원 선진화) 제도에 불편이 있으면, 본질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반영하겠다"며 "공무원들의 취재편의 제공이라든지 토론을 통해, 서로 대화를 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언론단체가 토론에서 제안한 취재 편의 및 정보접근권의 강화, 정보공개 확대 등에 대해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언론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만"= 이어 노 대통령은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두고 우리 언론이 그동안 일제히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비난만 퍼부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언론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았고 아무리 대통령이 변명을 해도 정부측 얘기를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다"며 "오죽 답답하면 대통령이 토론회 나와서 이런 얘기하나"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수백만부식 팔리는 신문에서 일방적인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 입장 싣는 것 외에 정부입장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래서 부득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 오늘 생방송 토론회를 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계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르느냐"며 "대한민국 언론과 기자 사회의 힘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03년 당시 개방형 브리핑제도 추진 때도 기자들의 반발로 기자실을 폐쇄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며 "또 대선후보들도 기자실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심지어 정치권도 얼마나 언론 앞에서 얼마나 힘이 약한지 알고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 "'담합 발언' 기사의 획일성을 지적한 것"= 노 대통령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 "예전에는 담합이 있었다. 지금도 명시적 담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획일성이라던지 어떤 사물을 기사화 할 때 부정적인 경향을 말한 것을 두고 표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모든 문제를 정략으로 보는 것과 어떤 정책이 옳고 그름을 떠나 속셈이 뭐냐고 계산하는 병폐들이 있다"며 "그런 것들이 다른 기자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담합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의 취재 지원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취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며 "정부부처 안에서도 대변인이 부처 업무를 다 알지는 못하는 점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보공개에 대해 "정보공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충분히 공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단기간 내에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공개는 제도적으로 상당히 많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방송인 김신명숙씨의 사회로 6시 30분부터 8시까지 1시간 반동안 진행됐으며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 김환균 PD 연합회장,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 이준희 인터넷 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 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6명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