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동그라미를 덜 찍었네요-다시 발급해 드릴께요"
지난주 부모님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한 홍某씨(부천 소사)는 계산과정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경험해야만 했다.
큰맘 먹고 비싼 한정식집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외식을 한터라 밥값이 20만원이나 나왔지만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생각에 현금으로 계산하고 현금영수증 카드를 내밀었다.
그런데 무심코 받은 현금영수증을 지갑속에 넣으려다보니 금액표시에는 20만원이 아닌 2만원이 결재돼 있는 것.
깜짝놀란 홍씨가 카운터로 다시 가서 "왜 2만원으로 찍혀 있냐"며 따지자 종업원은 "실수로 동그라미를 덜 찍었다"며 재발급해줬다.
가벼운 종업원의 실수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홍씨가 이처럼 발끈한 것은 이런 현금영수증 저가발행사례가 벌써 세 번째이기 때문.
홍씨는 "보통 현금영수증은 신용카드와는 다르게 금액확인을 잘 안 하는 편"이라며 "가게에서 일단 적게 발급해 주고 나서 이의를 제기하는 손님에게만 재발급을 해주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한某씨 역시 "영수증 가격이 잘못돼 재발급 받은 사실이 몇 번 있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 받으면서 특별히 금액을 세세히 확인하거나 영수증을 신용카드영수증처럼 모아놓지는 않는다"고 말해 일반인들의 허술한 현금영수증 관리실태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같은 소비자들의 허술한 영수증관리를 악용해 은근슬쩍 낮은 금액으로 발행하고 걸릴 경우에만 재발급해주는 얌체 가맹점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저가발행으로 피해를 봤다는 사례는 신고접수된 것이 없다"며 "재발급될 경우 발급취소 내역을 SMS문자로 보내주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저가발행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현금소득공제영수증을 지갑속에 넣거나 휴지통에 버리는 경우에는 저가발행사실조차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국세청현금영수증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인의 영수증발급내역을 확인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세청이 올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탈세신고 전국대표전화(1577-0330)에 접수된 탈세제보건수는 2007년 5월 현재 4428건이며, 이중 현금영수증 및 신용카드관련 제보는 303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소비자원(구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현금영수증 발급과 관련한 발급거부 등 소비자 피해신고건수도 2005년 115건, 2006년 134건이며, 2007년에도 5월말까지만 61건이 접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