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 철거된 폐가는 '비과세'
오물 치우고 그대로 사용한 건물은 '과세'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 상태의 집을 갖고 있던 두 납세자에게 70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돼 나란히 불복을 제기했지만, 건물의 파손정도에 따라 과세의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세법상 주택은 상시 주거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건축물로서 언제라도 주택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폐가일 경우에는 양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폐가에 대한 과세당국의 해석이 수천만원의 세금을 좌우할 수 있는 셈. 이번에 과세불복을 제기한 두 납세자의 폐가는 모두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지만, 결국 건물의 철거여부가 과세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 2000년에 무너져 5년만에 철거된 폐가‥"양도세 안내도 돼"=21일 국세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1년 본인이 살던 주택을 팔면서 세무서에 1세대 1주택 비과세에 해당된다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지난 2005년 정기업무 감사를 실시하면서 A씨가 양도할 당시 또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건축물대장 등에 의해 확인하고, 지난해 7월 1세대 2주택에 따른 양도세 7523만원을 더 내라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또다른 주택이 건축물대장에 등재돼 있을 뿐 실제로 거주한 적이 없고, 2000년 9월경에 완전히 무너진 폐가였지만, 그린벨트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철거할 경우 신축허가가 불가능해서 멸실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양도세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A씨가 주거 불가능 주택이라며 제출한 인근 주민의 사실확인서가 자필이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확인서에 도장만 날인돼 객관적 증빙으로 인정하기도 어렵고, 멸실신고도 2005년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에 정당한 과세처분이라고 맞섰다.
결국 심판청구까지 가게 된 '폐가' 다툼에 대해 국세심판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무너진 폐가건물에는 지난 1995년 이후 사람이 거주한 사실이 없고 2005년 건물이 신축되면서 이전 건물은 멸실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개발제한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멸실하지 못했다는 A씨의 주장에도 신빙성이 있는 점 등을 비춰보면 양도세 과세처분은 잘못이 있다"며 과세 취소 결정을 내렸다.
□ 철거 안하고 용도만 변경한 건물‥"양도세 과세 맞다"=B씨는 지난 2005년 2월 본인의 아파트를 양도할 당시 2개의 주택이 더 있었지만, 하나는 2004년 말에 구입한 신규취득주택, 또다른 주택은 '폐가'로 보고 일시적 1세대 2주택이라며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B씨가 주장한 폐가를 인정하지 않고, 양도당시 1세대 3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해석해 지난해 12월 7735만원의 양도세를 경정 고지했다.
B씨는 "지난 2002년 건물을 취득한 이래 아무도 거주하지 않았으며, 이후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상·하수도 및 정화시설도 없었다"며 "각종 쓰레기와 오물이 무단적치돼 있었고 지붕과 벽체 등도 크게 훼손돼 사실상 주택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B씨는 "2005년 2월 양도 당시에는 사실상 폐가였고, 같은 해 5월 폐가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하면서 사실상 철거한 후 새로운 건물로 신축해 일반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건물의 용도가 주거용이 아니었다 "며 과세에 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B씨가 제출한 사진을 보면 건물에 지붕과 기둥 및 외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폐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양도세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심판원은 B씨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용도만 변경했다고 보고,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B씨의 건물은 1956년부터 공부상 주택으로 등재돼 있고 6억3600만원의 개별주택가격까지 고시돼 있다"며 "B씨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주택에서 일반음식점으로 용도만 변경한 점 등을 볼 때, 폐가가 아닌 주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양도세 부과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