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이맘때쯤 되면 서·과장급 인사는 몰라도 지방청장을 포함한 국장급 인사와 관련해선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고위공무원제도에 따라 지금까지 공모·개방직으로 임명된 국세청 내 고위공무원은 모두 30명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명입니다.
▲이철행 전산정보관리관을 비롯해 ▲허장욱 납세지원국장과 ▲임성균 개인납세국장 등 본청 국장이 3명이고, 서울지방국세청에서는 ▲김영근 납세지원국장 ▲김덕중 세원관리국장 ▲이현동 조사3국장 ▲박차석 국제거래조사국장 등이 공모나 개방과정을 거쳐 임명됐습니다.
중부지방국세청에도 ▲김유찬 납세지원국장 ▲박의만 세원관리국장 ▲왕기현 조사2국장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임명됐기 때문에 10명의 고위공무원들은 운신의 폭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임명돼 이동이 어려운 고위공무원은 ▲오대식 서울청장 ▲권춘기 중부청장을 비롯해 ▲허병익 조사국장 ▲김창환 법인납세국장 ▲조성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김정민 서울청 조사2국장 ▲조홍희 중부청 조사3국장 등 7명입니다.
30명의 고위공무원 중에 절반에 해당하는 17명의 발이 묶여있으니, 어떻게 보면 남은 13명만을 가지고 인사를 하면 되니까 누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쉽게 점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적다보니 인사가 더 어려워지는 모양입니다. 6월말 인위적(?)인 명예퇴직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예상되는 인사규모는 고작 자리를 맞바꾸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결국 대전·대구·광주·부산 등 4개 지방청장과 본청 국장끼리 자리를 맞바꾸는 전보인사가 일단은 가능해 보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본청에서 이래저래 발이 묶이거나 이미 지방청장을 지낸 국장을 빼면 당장 지방청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국장은 ▲김갑순 정책홍보관리관 ▲김기주 감사관 ▲안원구 국제조세관리관 ▲김창섭 법무심사국장 등 4명입니다.
그러나 본청으로 들어올 지방청장들이 문제입니다. 이병대 부산청장이나 정병춘 광주청의 경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움직이기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두 지방청장을 빼고 나머지 두 개 지방청장에 대해서만 맞교환 인사를 하자니 형평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이들의 지방청장 재임기간이 모두 6개월이어서 고위공무원 1년간 전보제한이라는 인사규정도 걸림돌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국세청 안의 고위간부들 사이에선 이달말 지방청장 인사는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강합니다.
아시다시피 연말에는 대선과 맞물려 고위공무원단 인사는 동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전군표 국세청장으로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재직하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이번이 사실상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청장으로서는 이런 인사를 멋들어지게 그리고 누가 봐도 무리없이 하려고 하겠지요. 그러나 누구하나 후배들을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선 전 청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없고,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위적인 명예퇴직이라는 수순은 없겠지만 누군가 후배들을 위해 용퇴라는 아름다운 관행을 따르는 것은 환영하겠다는 것이 전 청장의 현재 마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쨌거나 시간은 다소 늦춰지더라도 조직활력을 위해 소폭의 인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전 청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는 앞으로 한 주는 더 기다려봐야 할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