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자동차 연료비는 8.5%가 올랐다. 올 상반기의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 1.9%에 비하면 무려 4.5배에 육박하는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휘발유값은 9.6%로 상승 폭이 훨씬 더 크다.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시절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치솟는 기름값이 여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름값이 비싸야 덜 쓸 것이라는 1980년대식 논리만 되뇌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자동차가 우리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도 오래지만 특히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서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기름값이 아무리 비싸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차 운행을 줄여 가계 부담을 덜 수도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과는 처지가 달라도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그리고 휘발유값의 60% 안팎이 세금인 상황에서 기름값의 등락만으로는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면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제이론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이론에 속한다. 바로 이런 현상이 한국의 유류세 체계에서 버젓이 빚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세수에 급급한 나머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유류세는 2000년 15조8천억 원에서 2006년에는 25조9천억원 선으로 6년 새 10조 원 이상이나 급증했다. 서민은 살기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정부는 다른 어느 세목모다도 걷기가 쉬운 유류세를 갈퀴로 긁어모으는 꼴이다.
유류세와 함께 꼭 손을 봐야 하는 게 정유업계와 석유유통업계의 과도한 이익이다. 서민들은 고유가로 등골이 휘는데 업체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리며 나홀로 승승장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업계는 어째서 국제 유가와 국내 공장도가격이 떨어져도 국내 소비자가격은 계속 오르는 황당한 현상이 벌어지는가부터 석명해야 한다. 더욱이 정유업체들은 공공연히 담합해 값싼 국제 석유제품이 국내로 반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범죄적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니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정부와 업계는 더 이상 국민의 고혈을 짜내지 말고 국내 유가를 당장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정부와 업계의 부당한 처사에 종지부를 찍어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