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계산서 '파는자·사는자' "둘 다 응징할 것"

국세청, 가짜계산서 산 고철업.의약품업자 등 81명 기획조사 착수

가짜세금계산서를 매입한 고철 수집업자, 건설업자, 의약품 도매업자 등 81명에 대해 국세청이 9일 전격적인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죄질이 나쁜 경우를 가려내 사법당국 고발 등 강도 높게 처벌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가짜세금계산서를 매매하는 자료상에 대한 세무조사에 주력한 반면 이를 매입한 사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는 결과적으로 국세청이 가짜세금계산서 전 유통과정에 대한 조사체제 구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인목 국세청 조사2과장은 이 날 오전 "실물거래 없이 자료상으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구매해 신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81명에 대한 전국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사업자들은 국세청이 운영 중인 '자료상연계분석시스템'에 축적된 정보자료 분석결과, 상습적·지능적 수법으로 가짜세금계산서를 구매해 소득금액을 축소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는 사업자들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대상 사업자들은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액수의 가짜세금계산서를 수수, 세금탈루를 자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 81명 중 56명은 고철 수집업자들이다. 이들 고철 수집업자들은 철강 원재료 시장의 유통구조가 문란한 점을 악용해 고철자료상으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구매하는 방법으로 탈세한 혐의가 있어 집중 조사를 받게 됐다.

이와 함께 건설업자와 의약품 도매업자 등도 상당수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 날 사업장 관할 지방국세청 및 세무서 조사요원을 동원해 전국 동시 조사에 착수하고 앞으로 30일간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거래처 현지확인 및 금융거래 추적조사를 병행, 실제 거래내역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4일부터 개정·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자료 요청권한을 적극 활용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고철·비철금속 관련업체의 경우 철강 원재료·제품 등의 전·후 유통단계에 대해서도 조사를 병행할 방침이다.

박 과장은 "조사결과 탈루수법이나 규모로 보아 범칙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 규정에 의해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자료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어 "앞으로도 가짜세금계산서 수수를 통해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자료상 및 수요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전국 세무서에 설치된 '자료상색출 전담팀'을 통한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인터넷·전화 등을 이용해 가짜세금계산서를 판매하는 자료상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공조해 긴급체포·고발 등 집중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 법상 가짜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사업자의 경우 계산서 합계금액이 30억원 미만인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부가세 상당액 2배 이하의 벌금, 합계금액 50억원 이상인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부가세상당액의 2배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