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식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말입니다. 핵심인재를 발탁해 하위직 직원을 고위직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이제 국세청으로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과제로 돼버렸습니다.
7급 이상 또는 행정고시를 합격해 5급에서 출발하는 일반 행정부처와는 달리 대부분의 직원들이 9급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국세청이 만성적인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조직에서 7급 이하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다수인 국세청에서는 9급에서 8급, 그리고 8급에서 7급등으로 한 직급을 승진하기 위해 10년 정도 소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때문에 8급(세무대 출신)이나 9급에서 시작한 직원들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보이더라도 고작 6급 또는 5급에서 공직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9급 신화를 이룬 박찬욱 前서울청장 같은 인물의 배출은 요원해졌습니다.
국민의 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국세청 업무는 행정고시 출신들의 스마트한 기획력도 중요하지만, 밑바닥부터 국민들을 대하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아는 일반 직원들의 '특별한 노하우'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역대 국세청에는 밑바닥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한 간부가 특히 많았지요.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군표 국세청장이니 만큼 기회가 있을 때마다 10년 그리고 20년 후를 내다보고, 과감한 발탁을 통한 미래리더와 핵심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전 청장의 강조에 따라 국세청은 오는 10월부터 5급 50명 그리고 6급과 7급직원 100명씩 모두 250명의 핵심인재 후보를 선발,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이들은 아직은 핵심인재 '후보'에 불과합니다. 이들에게 교육원에서의 교육과정을 거쳐 교육과 잠재역량을 평가한 뒤 소수인원만을 엄선, 또 다시 감찰부서 등에서의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핵심인재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국세청은 현재 일선세무서장이나 국세청 본청은 물론 지방청의 과장들의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일선세무서장들은 물론 지방청 이상의 과장들이 핵심인재 추천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직원들이 너도나도 핵심인재라면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가면서 추천해 주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현상은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세무서장은 물론 과장 등 추천권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전체 직원이 알 수 있도록 '핵심인재 육성방안'이라는 공문을 띄우고 취지를 인트라넷 등에 올리면서 발단이 됐습니다.
일선세무서장들은 누구라 할 것이 없이 "전체 직원들이 다 아는 상황에서 추천은 무슨 추천이냐"고 하소연합니다. 정작 눈여겨 봐둔 잠재능력이 있는 미래인재는 가만히 있는데, 여기저기서 추천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아예 모른척할 수도 없어 이만저만한 고민이 아닌 것입니다.
'핵심인재 발탁'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청장의 '발탁'은 분명 조직에서 기관장이 '영(令)'을 세울 수 있게 하려는 배려, 그리고 함께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기관장의 인재를 보는 혜안을 믿었기 때문에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세공무원교육원의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의지와 열정은 십분 이해합니다만, 추천시기와 추천대상을 간부들에게만 보다 은밀하게 전달했으면 취지도 살리고 잡음도 없애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보다 나은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