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정도 그룹으로 분류, 지역별 차등감면‥논란 소지
지방기업들에게 법인세를 깎아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대책'이 25일 윤곽을 드러냈다.
참여정부의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국가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마무리 성격이 짙은 이번 대책은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최초 제안한 이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를 중심으로 한 정부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이날 발표됐다.
지난 5월말 노 대통령은 포항지역 혁신리더 토론회에서 "지방이전기업에 세제혜택을 30년 한 50년 줘라. 5년, 10년 가지고 무슨 혜택이냐. 그래도 제도니까 뭐 기한이 꼭 필요하다면 항구적인 제도로 가자고 했다"라며 강력한 대책의 출현(?)을 예고했다.
또한 그는 "경제부처와 얘기해보니 세수 부족이 생기고 조세체계가 무너진다는 부작용을 듣게 됐다"며 조세관련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 간접적인 질책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재경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기업에 대한 세부담 경감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대해 균형발전위원회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며 지방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일몰기한 없는 조세감면제도, 무분별한 '세금 퍼주기' 우려=이날 발표된 대책에는 노 대통령의 지시대로 '항구적인 제도'가 마련됐다. 통상 조세감면제도는 기득권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몰기한을 정해놓고 연장여부에 대해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재경부는 매년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해 일정한 원칙을 정해놓고, 외국에 사례가 없거나 국제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제도, 혹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세감면제도에 대해 정비하고 있다.
재경부의 비과세·감면 정비원칙에 따르면 새로운 조세감면제도를 만들려면 정책적 우선순위와 상시화 필요성 등을 감안해 2~5년의 범위 내에서 일몰을 신설토록 돼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더라도 최대 5년 이내의 일몰을 두어 실효성 측면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모든 지방 중소기업에 대해 항구적인 법인세 감면이 이뤄지도록 설계됐으며, 외국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역별 법인세 차등 감면'이라는 방식이 포함됐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도의 시행 초기부터 일몰기한 없이 항구적으로 감면해준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일몰을 두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정비하기가 쉽지 않으며, 조세감면 혜택을 누리는 계층의 반발을 제어할 명분이 사라져 무분별한 '세금 퍼주기'의 우려가 발생한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몰기한을 두지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완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폐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몰기한 없이 항구화된 부분은 좀 더 봐야 한다"며 "아직 균발위의 방안이 세제개편안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몰기한 설정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외국에는 없는제도‥조세감면 폐지대상 아니었나?=외국에서는 일부 낙후지역에 대해 중국과 태국 등에서 법인세 감면기간을 늘려주는 사례는 있지만 지역별로 다른 법인세 감면율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조세일보 2007년 7월 25일자-지방기업 법인세 감면‥외국에 없는 과감한(?) 방식 기사 참조).
재경부가 조세감면제도의 폐지원칙에 넣어놓은 '외국에 사례가 없거나 국제적인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제도'인 셈.
조세감면제도는 납세자들간의 조세형평성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 결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정부가 정해놓은 원칙에도 없는 제도로 탈바꿈하게 됐다.
A납세자는 성실히 세금을 냈는데, 유사한 조건의 B납세자는 많은 조세감면을 받아 세금을 내지 적게 낸다면 A의 허탈감은 커지게 되는 것이 (수평적)조세형평성의 주요 원리다. 이 점은 지역별 차등세율의 적용에서도 정부가 유의해야 할 점이다.
□ 지역분류-차등세율 적용, 논란 소지 다분=정부의 법인세 차등감면방안에 따르면 전국의 234개 기초자치단체를 지역발전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분류해 각각 0%, 30%, 50%, 70%의 법인세액을 감면해주게 되는데, 인구·경제력 등 14개 지표를 사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논란의 소지가 많다.
어느 시·군·구는 지역이 낙후됐다는 이유로 70%의 법인세를 깎아주는데, 인근 지역은 30%의 감면혜택만 받게 될 경우 불만이 야기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낙후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경우의 상대적 박탈감도 일부 예상된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적용하던 기업 법인세감면제도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4개 그룹으로 세분화해서 적용하는 것"이라며 "조세형평성 문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