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중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세금 몇 푼 내기 싫어서(당연합니다)낸 불복청구도 있고 정말로 억울함이 절절하게 배어나는 납세자들의 불복청구도 있지요.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불복청구에 대한 심판원의 결정은 전적으로 법과 원칙에 준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억울해도 법과 원칙에서 어긋난다면 구제 받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을 했다가 풀려 나온 A씨. 이 남자가 제기한 불복청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쓴웃음을 짓게 만들기에 소개할까 합니다. 형법에 울고 세법에 땅을 쳤다고 해야 할까요.
□ "누명을 벗으려 노력하다 보니‥"=A씨는 지난 2004년부터 2006년(6월)까지 의류 소매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 뒤늦게 2005년 2기분 부가세 확정신고를 했는데 과세관청이 이를 살펴보니 신고내용에 오류가 발견됐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올해 3월 A씨에게 신고 및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더해 2005년 2기분 부가가치세 200여만원을 경정해 고지했습니다. 명백한 신고내용 오류에 의한 세금부과인데 어찌된 일인지(?) A씨는 과세당국의 과세에 불복, 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문제가 불거진 2005년 2기 부가세 과세기간 동안 A씨가 횡령사건으로 고소를 당해 구치소에 구속 수감(2005년 4월 구속)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는 가족들이 대신해 사업을 했고 세금신고도 가족들이 했던 것이지요.
A씨는 법정다툼 끝에 무죄판결을 받아 9개월만인 지난해 1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이 대신 사업을 했고 (가족들이)소송을 진행하느라 미처 세금문제를 신경 쓰지 못해(신고오류 발생) 사정을 감안해 부가세 세액을 감면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던 A씨의 사정을 따져보면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가 좀 어려운 주장이었던 셈이지요.
□ "적법하게 부과된 세금, '빽'할 수 있나..."=국세청은 A씨가 심판청구를 제기하자 "적법한 절차에 의해 부과된 세금을 감면할 이유가 없고 현행 법상 감면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심판원의 결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형사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는 사실과 이 기간 중 가족들이 사업을 해 매출을 올린 실적이 있다"며 "A씨가 부가세 확정신고기한 이전에 구치소에서 출소했으나 확정신고기한을 3개월 넘겨 부가세를 신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이 같은 정황상 국세청이 A씨에게 부가세를 부과한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적법한 과세처분에 따른 세금을 감면할 근거는 없으며 개인적인 사정을 감안해 세금을 감면해달라는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