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에서 검찰에 불려가는 마지막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저의 업무 과정에서 상처입은 사람은 용서해 주기를..."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0년간 몸담은 감독기관을 떠난다.
그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3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는 3일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김 부원장은 "30년간 재직하면서 부침이 참 많았다"면서 "저를 연임시켜준 윤 위원장과 함께 떠나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때"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은행감독원 검사국과 감독기획국 등에 근무하다가 1999년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이 통합된 금융감독원으로 옮겼다.
2000년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신용금고(현 저축은행)가 연루된 불법 대출과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으로 근무하며 신용금고 업계의 구조조정을 주도해 업계에선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김 부원장으로서는 금융감독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계기가 됐다.
2002년에 부원장보로, 2003년에는 부원장으로 승진했다.
임원으로 재직하며 신용카드 대란, 외환은행 매각,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했다.
이 때문에 그는 감사원, 검찰과는 악연을 맺었다.
김 부원장은 2003년 카드 대란과 관련, 부실 감독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검찰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 때는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축소 보고 문제와 관련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작년 4월에 역대 부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한 그는 올해 초에 검찰에 구속됐다.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으로부터 2억3천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김 부원장은 구속되기 전부터 결백을 주장했으며 7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부원장은 "검찰이 항소했지만 1심에서 명명백백하게 무죄가 밝혀졌다"며 "2심, 3심도 사필귀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사건으로 10여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결론이 났으며 김 부원장의 구속 때 윤증현 위원장은 공사석에서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고 옹호했다.
그는 "3대 게이트 사건, 외환은행 사건 등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조직에서 검찰에 불려가는 마지막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금융 당국의 업무 처리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과 검찰 수사에 대해 안타까움과 불만을 토로했다.
김 부원장은 "카드사태 등 큰 현안이 많아 일을 부드럽게 할 수 없었다"며 "금융회사 검사를 나가는 직원들에게 성과를 못 낼 경우 금감원에 돌아오지 말고 한강으로 가라는 말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그런 것 뿐"이라며 "마음 상한 사람이 있으며 용서하고 풀어달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윤증현 위원장과 근무한 3년간 은행 산업이 발전하고 수익성이 좋아져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지만 쉬면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