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위험 서브프라임모기지 지목
이달 우리 정부와 연례 협의를 앞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부 한국 대선 예비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는 7% 성장론의 현실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또 지난달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린 무디스와는 대조적으로, 한미FTA 타결이나 북한의 핵시설 가동 중단 등 최근의 변화가 국가 신용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S&P의 한국 담당인 오가와 타카히라 아.태 정부 신용평가 책임 이사는 8일 연합뉴스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7% 성장론과 관련, "대선 후보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성장률을 7%대까지 올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답변하기 힘들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거품, 경기 급등락 등의 부작용 없이 지속가능한 거시경제 성장률을 단기간내 7%대로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가와 이사는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가 각각 4.5%, 4.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문제를 지목했다. "이것이 글로벌 경제의 성장 속도와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미칠 구체적 파장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 미칠 영향의 정도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며 "미국내 부동산시장과 세계 자본 시장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고,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의 상호 연관성도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장기적 잠재 위험으로는 고령화와 경제 양극화를 꼽았다.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한국의 총 수요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고, 생산의 대기업 편중 구조와 비정규직.중기-정규직.대기업.공기업간 고용 조건 괴리 현상을 거론하며 "다른 나라보다 시급히 정부와 민간이 함께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체 고용 구조와 노사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상 등급 조정 검토나 고려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근 한국의 주요 변화 가운데 한미FTA와 관련, "한미FTA로 한국의 금융업, 일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효율성이 개선되면 잠재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져 신용등급에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대미 무역 관세 축소 등 단기적 수혜는 거시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며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구도를 고려할 때 수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소식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나,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변화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모든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disable)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 북한 정부의 핵무기 완전 포기 의사를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그는 근거로 들었다.
S&P는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지난 2005년 7월 'A'로 올린 뒤 2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여전히 두 단계 낮은 등급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중 S&P와 연례협회를 갖고 경제와 외교.안보 부문의 진전 상황을 적극 설명하며 신용등급 상향을 강도높게 요구할 계획이다. 반면 오가와 이사는 이번 협의에 대해 "연례적 검토 작업으로, 우리는 일반적 성격의 문제들을 물어볼 것"이라며 의미 확대를 경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