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김윤권 부장판사)는 23일 작년에 실시된 제43회 세무사자격시험 1차 시험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임모씨 등 88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3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험 주관자인 국세청은 담당 공무원의 중대한 과실로 인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고 관련 사실을 시험 시작 30분 전에 보고받았는데도 문제지 오류와 대처법을 수험생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해 전국 각 시험장별로 상당한 혼란을 겪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한된 시간 안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수험생들이 인쇄사고에 따른 혼란 때문에 안정된 환경에서 문제를 풀 권리를 침해당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작년 4월 시행된 세무사자격시험 1차 시험에서 영어 B형 문제지 인쇄가 잘못되면서 여러 문항들이 중복 인쇄됐고 일부 문항은 아예 누락되는 등 결함있는 문제지가 전국 시험장에 배포됐다.
일부 시험장에서는 문제지 배포를 중단시키거나 "영어문제를 나중에 풀라"는 방송을 했지만 나머지 고사장에서는 시험이 그대로 실시됐으며 시험 도중 수험생들이 문제지 교환을 요구하거나 A형 문제지가 대체 교부됐다가 재회수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후 국세청은 누락 및 중복출제된 문항 11개를 제외한 29개 문항만으로 채점한 후 11개 문항에 상당하는 점수를 총점에 가산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