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민은행이 편법적인 회계처리로 국민카드의 재무제표를 왜곡, 손실을 흑자로 바꿔 부당회계처리한 것을 금융감독당국이 적발, 징계를 내린 것.
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행장은 금융기관의 임원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연임을 앞두고 있던 김정태 前국민은행장에 대한 금감위·원의 징계는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 2007년 또다시 금융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금감원 부원장에 임명된 김대평 부원장이 그 주인공.
당시 은행검사2국장으로 은행검사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김 부원장이었지만 국민은행의 수장(은행장)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중대사안에서 흔들림 없는 뚝심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김 부원장은 당시 국민은행이 사전에 회계기준 위배를 알고 있었다는 관련문서를 공개해 '신관치', '은행장 흔들기'등 각종 의혹을 일축하며 징계를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은행검사의 최고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그가 금감원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
□ 실력으로 이뤄낸 '고졸신화' =김 부원장은 1969년 부산상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당당히 입행했다. 한국은행 초급사원(고졸사원)에서 출발, 석·박사급이 즐비한 금감원에서 명실상부한 제2인자로 올라서며 또 하나의 '고졸신화'를 완성한 것. 지금에야 대졸자가 대부분이지만 당시에는 한국은행에서도 고졸자인 초급직원과 대졸자인 중급직원을 구분해 모집했다. |
초급직원이라고 해도 당시 부산, 대구, 광주, 덕수, 선린, 경기상고 등 전국에서도 내로라 하는 명문상고에서도 1등은 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던 곳이 한국은행이었다.
당연히 고졸출신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의 부원장 임명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가 고졸출신이자 동시에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출신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원장 인사의 최종 승인기관이 '청와대'라는 점에서 출신학교 프리미엄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그가 부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고교동문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는 것이라는 우호적인 시각이 많았고, 이번 김 부원장의 승진 자체는 한국은행 초급직원에서 출발한 그만의 탁월한 '업무능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정설'(定說)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임 김용덕 금감위원장도 지난달 24일 부원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김 부원장은 은행과 비은행 분야를 두루 거쳐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업무성과를 반영했다"며 업무능력을 가장 우선시 했음을 강조했다.
□ 다면평가 1위의 친화력은 '덤' =오랫동안 업무를 함께 한 금감원의 한 후배직원은 "업무스타일이 꼼꼼하고 치밀하다"며 "과거 김중회 前부원장의 경우 강한 카리스마를 보인 반면 김대평 부원장은 원만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실무형 인물"이라고 평했다.
또다른 금감원 간부도 "데이터를 볼 때 확인이 빠르고 문제점을 적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은행검사 전문가로 검사업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추켜세웠다.
김 부원장은 무엇보다도 논리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감원 간부회의에서도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직원들로부터 신망도 두터워 상하직원들의 평가를 취합하는 '다면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친화력에서도 최상위 점수를 받고 있던 인물이다.
그의 친화력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사례.
부원장 인사가 있기 한달여 전 금감원 노조에서 실시한 '다음 부원장으로 누가 적임자인가'를 묻는 직원대상 설문에서 유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최근 금융계에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고졸출신 때문이라는 얘기도 없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초급행원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하다.
금감원의 한 간부는 "초급출신 직원들은 금감원에 들어와서 야간대학을 다니는 것이 보통인데 김 부원장은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업무에만 열중했다"고 말했다.
□ '청탁'은 얼씬도 못하는 소탈함 =김 부원장만의 독특한 면모는 소탈한 그의 미래구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때 친분이 있는 서울 시내 유명호텔 주방장과 의기투합해 라면집중에서도 '명문' 라면집을 차리려다 포기한 바 있는 김 부원장은 요즘도 종종 은퇴후에는 라면집을 차리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한 후배직원은 "평소 라면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이런 저런 다양한 라면을 끓여보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퇴직하시면 라면가게를 차리겠다는 소탈한 면모에서 청탁을 절대 배격하는 청렴함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합리적이면서도 청탁을 절대 받지 않는 그의 장점은 최근 연이어 불거진 금감원내 비위사건에도 흔들림 없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행검사의 최고전문가이면서도 수요자인 금융기관의 시각도 충분히 반영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임 김 부원장은 지난 상반기를 누구보다도 바쁘게 보냈다. 연초부터 김중회 前부원장이 구속되면서 부원장과 부원장보 업무 1인2역을 동시에 해내느라 정신 없는 일정을 보낸 것.
김 부원장은 "금감원이든 금융기관이든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얘기해 달라. 미래지향적인 얘기라면 누구든지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