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빚 갚는데 쓰겠다"‥'감세 여론'도 거셀 듯
기록적인 세수 호황이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재 총 79조4000억원의 세금(국세)이 징수, 전년 동기에 비해 24.3%가 늘어난 15조5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중간집계'라는 측면을 따져볼 때 연말까지 이 같은 세수 호황기조가 계속될 경우 정부는 엄청난 '초과세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올해 연말까지 당초 정부가 세입예산으로 잡은 139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150조원 가량의 세금이 징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에 비해 무려 11조원이 초과되는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액수가 초과 징수된 것은(예상치)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정부는 초과로 징수되는 세수를 '나라 빚' 갚는데 쓰겠다고 한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세수증가가 일시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초과징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 등을 따져볼 때 정부의 감세불가 입장은 '궁색'하게 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 올해 세금 얼마나 더 징수될까? =국세청에 따르면 6월말 현재 2007년도 소관 세입예산 139조4000억원 중 79조4000억원의 세금이 징수, 56.9%의 진도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조5000억원을 더 징수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현재의 세수진도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150조4000억원의 세수를 거둬 당초 정부가 짠 세입예산에 비해 11조원이 추가로 징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3조5000억원, 2조1000억원의 세수가 모자랐으나, 지난해부터 세입예산을 2조4000억원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뒀고 올해도 세수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올해 세수가 큰 폭의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이월세수, 양도세 등 일시적 특이요인과 경기회복 및 과표양성화에 따른 세입기반 확대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일이 공휴일(일요일)이어서 교통세수 등 3조1000억원이 올해로 납기가 이월됐고, 올해부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가 전면 시행되는 것을 앞두고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가 급증해 양도소득세수가 3조원 가량 증가하는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6조원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 늘어난 세수는 '나라빚' 갚는데 쓰겠다 =세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대규모 감세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 거둬간 만큼 쓸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감세라는 방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참여정부가 내세운 조세제도의 원칙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도 세원이 넓어진 만큼 세율을 낮춰줘도 국가운영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감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은 "올해 발생하는 세수초과액은 주로 국가채무 상환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라빚 갚는데 (초과징수된)국민세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이어 "(올해 세수가 늘어난 것은)일시적인 측면이 있고 현재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감세조치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못 박았다.
□ 높아지는 감세여론의 파고, 정부 어떻게 넘어갈까? =지속적인 세입 확충이 아닌 일시적인 세수 확대라면 섣불리 정부의 정책노선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조언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세입예산의 초과징수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요인이 많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지만 신용카드 사용, 현금영수증제도의 시행, 자영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세원이 넓어지면서 늘어난 세수의 경우 어느 정도 '지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이를 통해 얻어진 세수는 감세를 통해 사회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세전문가는 "그 동안 정부는 유류세 등 인하요구에 대해 '세수'를 핑계로 빠져나갔던 것이 사실"이라며 "연간 수 조원씩의 추가적인 세수를 얻으면서도 세율인하 여론에 세수 핑계를 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세원노출을 유도하는 제도를 도입해 숨겨진 세원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등 과세인프라가 확충, 세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세원이 늘어난 만큼 세율을 낮춰주는 방안도 고려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